"스마트축산으로 위기 돌파"…日 도입률 44.9%, 韓은 27.9%

[FTA 2.0 도약의 기회로] ② 일본은 어떻게 축산 선진국이 됐나
고령화·환경규제 돌파구로 '스마트화'…한국도 2세대 전환 준비

편집자주 ...지난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당시 국내 축산업계에 '쓰나미'급 위협으로 여겨졌다.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의 단계적 관세 철폐에 따라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한 국내 축산업계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 업계 안팎에서는 "FTA가 가져온 부정적 충격만큼이나, 긍정적 변화도 분명히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쇠고기의 경우 미국산 저가 공세에 대응한 철저한 '품질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고, 이 과정에서 한우 등급제 개선, 친환경·동물복지 인증 확대 등 오히려 국내 축산물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고령화와 비용 부담, 인력난 등 삼중고를 '스마트축산'으로 돌파한 일본은 축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한국은 아직 스마트축산의 초기 단계에 있지만, 정책과 현장의 결합이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사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3일 일본정책금융공사(JFC)에 따르면, 일본 농업 전반의 스마트 기술 도입률은 44.9%에 달하며 낙농 분야만 따로 봐도 43.8%에 이른다.

실제 현장에선 성과도 뚜렷하다. 돼지 사육 농가에서는 세척 로봇이 수작업 대비 작업시간을 최대 68% 단축했고, AI(인공지능) 카메라 기반 발정 탐지 시스템은 숙련 인력이 수행하던 관찰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이 같은 기술혁신은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간 조사기관 야노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2023년 스마트 축산·낙농 시장은 약 94억 5000만 엔(894억 원) 규모로 집계됐으며, 2027년에는 132억 엔 이상으로 114%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농가 고령화, 환경 규제 강화, ESG 경영 확산이 맞물리면서 확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스마트축산 보급률 낮아도 성과는 가시화…전업농 기준 27.9% 도입, 낙농은 47.5%

반면 한국은 스마트축산 도입률 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8674농가가 스마트축산을 도입해 전업농 기준 27.9%의 보급률을 기록했다. 축종별로는 낙농 47.5%, 양돈 41.5%, 양계 34.0%, 한우 22.9%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1.5세대 수준에 머무른 국내 스마트축산을 2세대로 전환하기 위해 2027년까지 전업농의 40%까지 보급률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입 초기 단계지만, 국내 현장에서도 성과는 가시화하고 있다. 한우 농가는 송아지 목에 센서를 부착해 포유, 반추, 기침, 활동량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면서 폐사율을 평균 13%에서 0.8%까지 낮췄다. 양돈 농가는 RFID 개체관리와 지능형 환기·사료급여 시스템으로 생산비를 절감했고, 스마트축산 도입 농가들의 모돈당 연간 이유 마릿수(PSY)는 국내 상위 30% 평균을 웃돌고 있다.

양계 농가는 슈퍼컴퓨터 기반 '에이맥스(Amacs) 시스템'을 활용해 무인 관리가 가능해졌으며 낙농 농가에서는 로봇 착유기와 '호라이즌(Horizon)' 솔루션을 통해 우유 품질 개선과 젖소 건강 모니터링을 정밀하게 하고 있다.

정부도 보급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ICT 보급사업, 스마트축산 패키지사업 등을 통해 장비·솔루션을 세트로 지원하고, 농가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확산 중이다.

일본은 생산성 제고에 머물지 않고 '지속가능성'으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농림수산성 검토회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수입사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산사료 생산·이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사료 자급률이 25%에 불과한 현실에서 △온실가스 감축형 사료 △방목 확대 △고품질 퇴비화 △사료용 옥수수 생산 확대 △유기·동물복지형 사양관리 등을 제도화하는 방향이다. ICT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과 결합해 축산·낙농을 '꿈이 있는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비전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을 넘어, 순환형 농업을 통한 지역 유지·발전과 기후위기 대응까지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의 시도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스마트축산 확산과 함께 탄소중립, 동물복지, 사료 자급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혁신과 지속가능성이 함께 뒷받침될 때만이 축산업이 진정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자
스마트축산, 농업 전반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축산업도 수출 산업으로"

정부도 농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스마트축산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2026년도 예산안에는 AI 기반 농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AX 플랫폼'(705억 원), 스마트솔루션 보급(1400농가·103억 원), K-스마트팜 모델 지원(21억 원)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농식품 R&D는 2612억 원(15.2%↑)으로 확대돼 AI·기후위기·바이오 분야에 집중되고, 수출 전략 역시 K-푸드 해외거점·전통주 시장개척 등으로 강화된다. 스마트축산 고도화가 농업 전체의 AI·스마트화와 수출 전략과 맞물리면서, 축산업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