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3' 지방산의 보고 '들깨'…한국인의 건강지킴이
[음식속숨은이야기]피부 미백효과까지..들깻잎은 한국인만 먹는답니다
- 이은지 기자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깨'라는 이름 때문에 들깨와 참깨를 비슷한 식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지만 알고보면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들깨는 식물 분류상 꿀풀과에 속하는 식물로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모양인 '들깻잎'은 식탁의 대표적인 찬거리다. 반면 참깨는 호마과 참깨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참깨는 기름을 짜서 먹을 뿐 '참깨잎'은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표 유지작물 중 하나인 들깨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부 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로 예로부터 집 주변이나 들판에 자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민족 고유의 작물이다. 들깻잎을 먹는 나라도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들깨 재배에 대한 최초의 우리 기록은 1429년에 지어진 농사직설이며, 이후 조선시대 농서와 조리서 등에 종종 등장한다. 예로부터 약으로 써여온 들깨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어 기를 내려주고 기침과 갈증을 멎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동의보감에 적혀있다. 씨를 갈아 쌀과 섞어 죽을 쑤어 먹으면 살이 찌고 기가 내리며 보해지기 때문에 병 을 앓고 난 이후나 기운이 없는 노인들에게 좋다.
들깻잎은 기가 치미는 것과 기침하는 것을 치료하고 벌레물린데, 부은데 짓찧어 바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 갈증과 해수를 없애고 몸속의 독소를 제거하며 혈액을 깨끗이 해주는 작용도 있다고 '방약합편'에 기록돼 있다.
◇ 오메가 3 지방산의 보고에다 항암효과까지...한국인의 건강 지킴이
들깨의 기름은 식용 외에도 등불을 켜거나 비단이나 기물에 발라 변형을 막는 방부제로도 이용된다. 실제로 오래된 건축물의 목조 기둥에는 들기름, 옻칠, 단청 등을 칠해 습기를 막아 뒤틀림이나 부패를 방지한다. 우리나라 최고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 보수공사 때 최기영 대목장은 들기름을 칠해 전통방식으로 안전하게 방부처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들깨는 지금도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작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들깨는 생선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들기름의 지방산 중 오메가-3가 차지하는 비율은 63% 이상으로 이는 식물 기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오메가-3 지방산은 몸에서 만들지 못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지방산으로 혈관 청소 기능을 한다.
깻잎에는 철분, 칼슘, 칼륨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A, C 등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좋고, 파이톨 등 암 예방 물질도 함유하고 있다. 또 깻잎에는 로즈마리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알레르기성 비염 및 결막염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염증을 경감시켜 준다.
들기름의 알파 리놀렌산과 깻잎 추출물의 기능성 물질들은 항암 효과가 있어 쥐의 대장암 발생을 53%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백효과까지..튀김용으로는 좋지 않아요
들기름은 각종 나물무침, 비빔밥, 볶음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며,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튀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들깨가루는 국, 나물, 죽 등의 요리에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크림파스타, 드레싱, 라떼 등 음식이나 음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들기름과 들깨가루는 쉽게 향기가 달아나므로 들기름은 참기름 등과 섞어 쓰거나 들깨가루는 그때그때 먹을 만큼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깻잎은 상추와 함께 쌈 채소의 대표 주자이자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 사람만이 먹는 식재료다. 깻잎김치, 장아찌 등은 겨울철 푸른 채소가 부족하던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오던 전통식품이다.
들깨는 미백효과 또한 뛰어나다. 깻잎에 많은 로즈마린산, 비타민C와 E는 탈모 억제와 피부 미백 효과가 있어 기능성 비누재료로 인기다. 기름성분은 피부 침투성이 좋아 활성산소 제거, 아토피피부염 억제, 알레르기 억제 등의 기능성을 지닌 에센스로도 개발되고 있다.
겨울철 피부에 유·수분을 공급하는 페이스 오일의 원료로 들깨 추출물이 새로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들깨의 로즈마린산과 루테올린이 주근깨와 기미의 원인이 되는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해 미백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즈마린산은 기존 미백 화장품의 원료인 알부틴보다 멜라닌 합성을 두 배 가량 억제해 미백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들기름을 짜고 난 깻묵은 단백질이 풍부해 가축사료와 유기질 비료로도 이용 가치가 높다. 깻묵은 질소가 5.6%, 인산이 2.5%, 칼륨이 1% 정도 들어 있어 유기질비료로 쓰이며, 칼륨이 부족해 다른 비료와 섞어 사용한다.
들깨는 대기오염을 알려주는 대표적 지표식물이기도 하다. 들깨는 오존에 노출되면 극히 작은 반점이 생기고, 아황 산가스에 오염이 되면 잎 가장자리부터 연한 흑색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잎 전체로 번져 흑갈색으로 바뀐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들깨는 한국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작물로 재배면적으로만 볼때 사과와 비슷하다. 2012년 기준 들깨 재배면적은 3만헥타르로 3만1000헥타르에 이르는 사과와 비슷하다. 종실들깨와 잎들깨의 총 생산액은 약 2847억 원이며, 가공, 유통 및 음식점 등의 부가가치를 감안하면 7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들깨는 두뇌발달에 좋기 때문에 초·중·고등학교 급식식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독거노인 등 복지수혜대상의 지원품목에도 쌀 이외에 들깨, 콩 등 주요 영양공급원을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해 볼 문제다"며 "들깨로 특화된 지자체가 지역의 학교, 북지시설 등에 농산물과 농사체험 등을 지원하는 지역네트워크를 결성하면 도농생활공동체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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