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껍질 껄끄럽지요? 그래도 드시면 장수할 것입니다"

[음식속숨은이야기]기능성 성분은 껍질에...중간크기 배도 보급

ⓒ News1 손형주 기자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사과는 껍질째 먹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배를 껍질째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배 껍질이 두꺼워 식감이 좋지 않아서다. 하지만 배의 영양은 껍질에 다 몰려 있다 할 만큼 기능성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배 전문가는 껍질째 먹지 않을 거면 배를 먹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

배 껍질은 배 전체의 약 10% 정도지만 껍질에 함유된 기능성 성분은 배 4개의 과육에 포함된 성분의 양과 비슷하다. 황금배 430g을 기준으로 할때 페놀 함량은 깎아서 먹을때 33.1㎎이지만 껍질째 먹으면 105.7㎎로 3배 높다. 플라보노이드 함량 역시 깎아서 먹을 때는 3.3㎎에 불과하지만 껍질째 먹으로 21.5㎎로 7배 증가한다. 페놀과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깎아서 먹을 때 81.3에 불과한 항산화력이 껍질째 먹으면 408.7로 5배로 높아진다.

껍질째 먹는 배는 스위트스킨, 조이스킨, 한아름, 황금배 등이 있다. 지난 23일 농촌진흥청은 이들 품종을 먹기 좋게 중간크기로 개발해 보급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존의 배는 700g 정도이지만 이번에 개발된 배는 500g으로 혼자 먹기에 알맞다.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맞춘 품종개량이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국산 배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생산비는 낮추고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며 "크기가 1/3 줄어든 만큼 가격도 기존 배값보다 30% 가량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크기의 배 품종은 내년 가을에 시장에서 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무리 껍질째 먹으라해도 농약 때문에 꺼려지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고 원장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잘라 말한다. "요즘에는 품종 개량이 잘 돼서 농약을 많이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수확하기 한달 전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아 흐르는 물에 씻어서 먹으면 농약 걱정은 없다"며 "그래도 잔여 농약이 걱정된다면 식초나 베이킹파우더를 뿌린 물에 5분간 담궜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 먹으면 된다."

고관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지난 23일 껍질째 먹는 중간크기 배(좌)와 일반 신고배(우) 크기를 비교하고 있다. ⓒ News1 장수영

배는 가을부터 수확되지만 예로부터 '겨울나기 과일'로 효능을 인정받아왔다. 겨울철에 심해지는 기침, 가래 등 기관지 질환의 예방과 치료, 소화 촉진, 숙취해소 효과가 탁월하다. 민간요법에서 배와 생강, 무, 꿀, 도라지 등과 함께 요리해 감기, 천식 등 기관지 질환이나 소화 효소로 사용해왔다.

배는 산성화된 현대인의 혈액을 중화시켜 주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기도 하다. 배의 무기성분 중에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함량이 75% 이상을 차지하며, 이러한 성분들은 몸 안에서 혈액을 중성으로 유지시켜준다. 배는 수소이온농도(pH)가 5.1로 산성이지만, 몸 안에서 분해된 후 칼륨, 나트륨 등 염기성 원소가 많이 남아 알칼리성 식품이 된다. 이와 반대로, 인, 유황, 염소가 많이 든 육류, 계란 노른자 등의 식품은 몸속에서 인산, 유산, 염산 등의 산을 많이 만들어 산성 식품이라고 한다.

배에는 피로회복과 면역기능 강화에 좋은 유기산과 비타민, 아미노산,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돼 있어 몸 안의 피로물질을 제거해준다.

배의 기능성 성분이 현대과학으로 검증되면서 신약 개발의 소재로도 이용되고 있다. 펙틴과 폴리페놀 화합물은 고혈압과 뇌혈류를 조절해 뇌혈관 질환을 감소시키는 신약에 활용되며, 배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변비 예방 및 대장에서 탄 음식에서 생기는 발암물질과 결합해 체외로 배출시키는데 활용된다.

과거에는 배가 비싸 2002년 도시가구의 배 구입회수는 연간 8.3회에 불과했지만 배 생산성이 향상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2011년에는 17회까지 구입횟수가 증가했다. 2000년 1인당 배 소비량은 2~4kg이었지만 지금은 6kg 수준을 상회한다.

고 원장은 "배는 사과와 함께 대표적인 추석 제수용품으로 올해에는 일조량이 많아 당도가 높은 배들을 평년보다 20% 가량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며 "중간크기의 배가 개발돼 시장에 본격 보급되면 제수용품이라는 한계에서 벗어서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과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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