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기업들 "16년 희망고문 끝내야"…'완전 청산' 촉구
"투자비 미보전 60곳 안팎…400억+α면 마무리"
"경협 재개 전제 45% 지원 그쳐…유동자산 90%와 형평성 문제"
- 한상희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격 대응으로 정부가 발표한 대북제재인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중단 등으로 장기간 사업이 중단된 남북경제협력 기업인들이 정부에 남은 투자 손실을 보전하고 관련 대출까지 정리하는 '완전 청산'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적대적 두 국가'로 굳어지면서 경협 재개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경협 재개를 전제로 일부만 지원했던 2018년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북경협단체장연합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기자실에서 '남북경협기업 손실 보상 청산 호소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최요식 연합회장과 평양에서 봉제사업을 한 정태원 지피(GP) 대표, 금강산 관광지구의 버스 운송을 맡았던 신양수 아시안하이웨이 대표, 박경식 연합회 이사가 참석했다.
최 회장은 호소문에서 "내륙 기업은 16년, 금강산 기업은 18년째 사람도 오가지 못한 채 투자시설을 방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남북 경협 중단 당시 약 1050곳이던 관련 기업 가운데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385곳이다. 이 가운데 금강산 기업은 약 40곳이며, 기존 지원에서 투자비를 충분히 보전받지 못해 추가 정리를 요구하는 기업은 내륙·금강산을 합쳐 50~60곳가량이라고 연합회는 설명했다.
필요한 재원은 '400억 원+α'로 추산했으며, 600억 원가량이면 관련 문제를 모두 정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내륙·금강산 투자기업에 개성공단 경협보험 미가입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심의에서 인정된 투자액의 45%를 기업당 최대 35억 원까지 지원했다. 기업인들은 당시 지원이 경협 재개 시 받은 금액을 반환하는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금강산·내륙 투자가 이뤄질 당시에는 경협보험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남북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한 서류를 요구해 현실적으로 가입하기 어려웠는데도 '보험 미가입 기업'으로 똑같이 분류됐다고 반발했다.
연합회는 당시 정부가 남북경협기업에 지원한 약 9500억 원 가운데 7200억 원가량은 개성공단 기업에, 내륙·금강산 투자기업과 교역기업에는 약 2300억 원이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동자산에는 평가액의 90%가량을 지원한 반면 투자자산은 인정액의 45%만 지원했고, 증빙 부족으로 인정액 자체가 줄어든 사례가 많아 실제 투자 원금 대비 보전율은 10% 안팎에 그쳤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 이사는 "당시에는 경협이 재개되면 된다는 생각에 정부의 지원 기준을 받아들였지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에는 사업 재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라며 "과거 손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새로운 남북 경협을 추진한다면 어느 기업이 다시 투자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대표도 "남북 경협 재개라는 희망 고문으로 기업인들을 더는 말려 죽여선 안 된다"라며 "경협 재개를 전제로 했던 2018년의 정책적 판단도 상황 변화에 맞춰 청산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회 측은 통일부가 현재 기업당 2000만~3000만 원 수준의 운영경비 지원과 일부 대출 정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번에도 위로금만 받고 넘어가면 기업인들은 죽을 때까지 다시 투쟁해야 한다"라며 "몇 차례 나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 한꺼번에 정리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버스 운송을 총괄했던 신 대표는 2008년 고(故)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이후 현지 체류 국민의 철수를 도왔지만 자신의 투자비는 지원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었고 18년이 지났다"라며 "많은 기업인이 70대를 넘어선 만큼 이제는 삶을 정리할 수 있게 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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