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호 내년 '한반도 공존 프로세스' 힘 싣기…北 견인 카드는 글쎄
전문가들 "'공존' 단어 주목…北 무응답 속 주변국 활용이 관건"
호응 없는 北…"韓 주도 접근 보단"미국 적극성 기대가 현실적"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대통령실이 새해에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적극 추진해 '한반도 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를 만족할 수준으로 정비한 만큼, 그 에너지를 내년 남북관계 사안에 투사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은 7일 2026년을 '회복을 넘어 도약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공존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지난 6개월 동안 큰 진전은 없었다"면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한 배후적 여건 조성에는 성과를 냈다"라고 평가했다.
위 실장은 그 성과로 △한미관계의 결정적 안정 △전향적으로 전환된 한일관계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난 한중관계 복원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이 에너지를 한반도 쪽에 투사해 보자는 생각"이라며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지만, 주변국들과 구축해 놓은 국제적 관계가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시도해 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북한과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한 러시아를 별도로 언급하며 "큰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러 간) 소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한반도 문제를 염두에 두고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보다 미북 간 접촉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위 실장은 "타이밍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남북 간 타이밍보다 미북 간 타이밍이 앞설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든 먼저 이뤄지는 것이 있다면 선순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출범 후, 대북확성기 철거, 대북심리전 방송 중단, 9·19 남북 군사합의 단계적 복원 추진을 비롯해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 설정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안 등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유화제스처를 지속해서 보내왔다.
그러나 북한은 잇단 우리의 제의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험로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할 정부의 구체적인 실행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선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 카드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남남 갈등'(한국 사회 내부의 정치·이념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커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실도 내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축소를 직접적인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관련 질문에 "연합훈련을 카드로 직접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여러 방안을 구상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른바 '자주파' 진영을 중심으로 헌법 3조(영토조항) 논의 등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있어야 북한이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남북 간 현 상황이 당분간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한반도 공존 프로세스'의 성패는 북한을 실제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유인책을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며 미중 전략 경쟁 구도,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주변국 외교가 활로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대통령실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공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주목할 부분 중 하나. 이는 대북 사안에 최대한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라며 "다만 북한이 한국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선 위 실장이 말한 것처럼 주변국을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과의 관계가 회복된 중국 카드는 그 실효성을 떠나 시도는 반드시 해봐야 한다"라며 "또한 북미 대화가 진행된다면 그 안에서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외교 공간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사전·사후 소통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러시아 카드는 일차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돼야 한다"라며 "한러관계 개선 여지가 있지만 전쟁이 끝나더라도 정상화에는 (기존의 경제제재 및 민감국가 지정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었다면 이미 썼을 것"이라며 "정부는 미국이 얼마나 북한에 적극적으로 가느냐, 거기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주도적인 카드라기보다는 미국의 적극성을 기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미국도 나름대로 북미 대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는 듯한 상황이라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북한도 결국 접촉 정도는 나오지 않겠는가', '미국의 대응에 따라 협상 국면으로도 진입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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