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부터 만경봉호까지…'北평창 참가'가 쓴 새기록들

김일성 일가 첫 방남…文대통령 평양 초청
한달 사이 육·해·공 통로 다 열려…본격 관계 복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얼음장 같던 남북관계가 한달 사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급진전되고 있다.

북한 선수단 46명, 예술단 137명, 응원단 229명, 태권도 시범단 26명, 기자단 21명, 고위급 대표단 18명 등 500여명 가까운 대규모 북한 방문단의 올림픽 참가로 만든 남북관계의 새 기록들을 뉴스1이 정리해봤다.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2.1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北김정은 특명받고 온 여동생 '김여정'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분단 이래 김일성-김정일 직계 가족이 남한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9일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를 타고 내려와 2박3일간 문 대통령과 4차례 만났다. 시종일관 말을 아꼈고 가벼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그는 청와대 오찬에서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임을 밝히며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전격 초청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북측 고위급 인사가 청와대를 찾은 것은 8년 6개월 만이다.

11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에서 가수 서현이 북한 예술단 여자 가수들과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난 뒤 손잡고 있다. (청와대)2018.2.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J에게'로 사로잡은 南心…북한 예술단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은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내려와 엿새를 머물며 강릉과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북한 예술단의 한국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 이후 무려 15년 6개월 만이다.

일각에서는 체제 선전 우려 목소리도 컸지만 'J에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한국 대중가요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특히 서울 공연에선 소녀시대 서현씨가 공연 무대에 깜짝 등장해 함께 합동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북한 응원단이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2차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2018.2.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경기장 안팎서 주목받은 北응원단

북한 응원단이 한국에 온 것은 2005년 8∼9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12년5개월 만이다. 또 2000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이어 통산 4번째다.

주로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은 방남 때마다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경기장을 벗어나 경포해변, 오죽헌 나들이에서 깜짝 공연을 선보여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가 당시 응원단에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과 북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하고 있다. 2018.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반도기 앞세워 南北공동입장

9일 밤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남북 선수 200여명이 아리랑 선율에 맞춰 한반도기를 흔들며 나란히 입장해 지켜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남북 공동입장은 지난 2007년 중국 장춘 동계아시안 게임 이후 11년 만이자 사상 10번째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 파견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들의 공동입장을 지켜보다 눈물을 흘렸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2차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2018.2.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역대 세번째 남북 단일팀 女아이스하키

국제대회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은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과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27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다.

개막식을 불과 2주 남짓 남겨두고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정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격려와 찬사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장인 미국의 앤젤라 루기에로는 단일팀의 경기를 지켜본 뒤 "이 팀이 노벨 평화상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나서고 있다..(통일부 제공)2018.1.21/뉴스1

◇이틀 사이 개성공단길, 금강산 관광길 열려

지난달 21일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한국을 찾으면서 2016년 2월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따라 이동이 끊긴 육로가 2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이틀 뒤에는 금강산 지역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스키훈련과 관련해 우리측 점검단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방북하면서 2008년 금강산 관광 이후 사실상 끊겼던 동해선 육로도 일시적으로 뚫렸다.

남북한 교류의 상징이었던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 개통은 남북교류 복원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비롯한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태운 김정은 전용기가 9일 오후 1시 4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2018.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南전세기·北김정은 전용기까지 하늘길도 뚫려

육로에 이어 곧 하늘길도 열렸다.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이 지난달 31일 양양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타고 동해 직항로를 통해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하면서다.

우리 항공기가 남북 직항로를 비행하는 건 2015년 10월28일 양대노총 남북 노동자통일축구대회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특히 동해 쪽 하늘길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에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2호'를 타고 평양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눈길을 끌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최룡해·황병서·김양건 등이 방남했을 때도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를 이용한 바 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을 비롯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 정박해 불을 밝히고 있다. 2018.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16년 만에 나타난 만경봉 92호

북한 예술단이 지난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동해 묵호항으로 들어오면서 남북 사이 육·해·공 통로가 모두 열리게 됐다. 북측 선박이 우리측으로 들어온 것은 지난 2014년 11월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 사업으로 중국 선적의 화물선이 북한 나진항을 출발해 포항항에 들어온 이후 처음이다.

특히 만경봉 92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북한 응원단을 싣고 부산에 들어온 이후 약 1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북한 예술단을 태워 온 만경봉 92호는 묵호항에 사흘간 머문 뒤 다시 북측으로 돌아갔다. 북측은 상호 편의 제공원칙에 따라 만경봉호에 유류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막판에 요청을 철회했다.

letit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