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北 김평일, 36년 돌아 평양 귀환

한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적…평생 외교관 생활하면서 해외 체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한 제43차 대사회의 기념사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 동생인 김평일 주체코 대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이 포착됐다.(노동신문)ⓒ News1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지난 15일 보도한 '대사회의(재외공관장회의)' 기념사진에 한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주체코 대사의 모습이 포착되며 김평일의 거취가 화제가 됐다.

지난 36년 간 외교관 생활을 거친 김평일이 평양에서 열린 대사회의에 나타난 것은 그의 지위로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가 '김씨 일가'의 일원으로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권력승계를 다퉜던 수준의 인사라는 점을 알고나면 이번 김평일의 평양행은 무게감이 달라진다.

김평일은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부인인 김성애의 장남으로, 첫째 부인 김정숙의 아들인 김정일과 권력승계를 놓고 정치적 경쟁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공식 후계자로 지명되며 경쟁에서 밀린 뒤 지난 1979년 구(舊) 유고슬라비아 주재 북한 대사관 무관을 시작으로 36년째 해외에서 외교관 역할만 맡아왔다.

특히 그는 36년의 외교관 생활동안 단 한 차례도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에도 김평일의 모습은 장례식 기간 내내 포착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의 권력행태를 감안하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이복 형제로 한때 김정일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김정남 역시 후계자 싸움에서 밀린 뒤 해외를 전전하고 있는 것이 일례다.

일각에서는 김평일이 김정남과 달리 외교관이라는 직책을 평생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제기하기도 한다.

김평일의 귀국을 북한이 공식적으로 막는 조치를 내렸는지 여부는 아직 한 번도 확인된 적은 없다.

한때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평일의 외모가 김일성 주석과 흡사해 김평일의 귀국을 막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김평일의 이른바 '귀국 금지' 조치가 해제된 것은 김정은 집권 후 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김평일이 지난해 말 평양을 들어갔다 나왔다는 것이다. 2011~2013년 사이 평양 방문 여부는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았다.

이후 김평일은 올해 초 지난 17년간 부임했던 주폴란드 대사직은 떠나 주체코 대사로 부임한다. 그의 부임지 변경과 관련해 평양과의 소통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평일이 17년 간 머무르며 사실상 가족들과 삶의 근거지를 꾸렸던 폴란드를 떠나 체코로 이동하면서 한때 그가 또 다시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평일은 이번 '대사회의'를 통해 현재 북한의 최고지도자이자 자신의 조카인 김 제1비서와 마주하며 오히려 그의 입지가 더욱 안정됐음을 드러냈다.

또 김성애의 딸인 김경진의 남편으로 김평일과 매제 관계인 김광섭 주헝가리 대사도 김평일과 나란히 자리하며 김 제1비서가 자신들의 친인척들을 모두 '끌어안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김평일이 외교 분야에서 보다 더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집권 후 리수용 외무상, 강석주 당 국제비서 등 외교가의 관록있는 관료들을 총동원해 외교 활동의 폭을 넓히는 김 제1비서가 36년 간의 외교경험과 김씨 일가로서의 권위까지 갖춘 김평일의 활용도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러나 김 제1비서의 이번 김평일에 대한 '귀국 금지' 해제 조치는 내부적인 민심을 고려하는 등의 낮은 수준의 정치적인 결정일 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선대의 경쟁자로서 권력 암투를 벌였던 그가 다시 돌아와 중책을 맏는다는 것 자체가 북하 체제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는 분석도 있어 향후 김평일의 추가적인 동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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