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인자' 장성택도 '숙청'...역사 속으로
김정은 집권 후 가장 강력한 수준의 숙청...재기 불가능 할 듯
-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사실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북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2인자 중 한명으로 꼽혔던 장성택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은 체제 이후 진행된 숙청에서도 상당히 강력한 수준으로 꼽힌다.
장성택은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로 김 제1위원장의 친인척을 대표하는 인사인데다 권력교체기 '나이 어린' 조카의 후견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의 권력은 '섭정'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돼왔다.
아울러 장성택은 대외경험이 없는 김정은 제1부위원장과 달리,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적 우방과 끈끈한 관계였다는 점에서 그의 제거는 다른 2인자 숙청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구도를 감안해 동생인 김영주를 실각시킨 것과 비유하기도 한다.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어떤 인사의 독주나 전횡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선명한 메시지로 해석될 것이다.
북한은 주요 인사에 대한 숙청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지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 당시 '운구차 호위 7인' 중 장성택을 포함 5명이 실각 혹은 숙청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 중 공식 발표된 이는 장성택을 포함해 두 명 뿐이다.
다른 한명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초기 군부 실세로 통하던 리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다.
북한은 지난해 7월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통해 리영호를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은 해임 사유에 대해 '신병관계'로만 발표하고 구체적으로 죄목을 언급하지는 않았었다.
반면 북한은 장성택의 해임을 발표하면서 장성택이 '양봉음위(陽奉陰違)'하는 배신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행위',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지며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임은 물론 마약까지 썼다', '병치료를 이유로 해외로 나가 도박장을 찾아다녔다'는 다소 원색적인 혐의도 낱낱이 보도하며 대대적으로 숙청 사실을 보도했다.
또 리영호의 해임을 결정할 당시에는 김 제1위원장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만이 참석했으나 장성택의 해임을 결정하는 정치국 확대회의는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해 직접 주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리영호에 대해서는 '해임'을 결정했다고만 밝히고 추가적인 조치가 없었으나 장성택은 해임은 물론 '모든 칭호 박탈'과 '출당·제명'까지 포함돼 북한이 장성택의 숙청을 리영호에 비해 훨씬 중대한 사안으로 다뤘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북한이 김정은 집권 후 장성택과 리영호 외에 해임을 발표한 사례는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때 리승호 내각 부총리 등을 교체한 경우가 있다.
1946년 1월 함북 청진시에서 태어난 장성택은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모스크바에서 유학했으며, 1972년 김정일의 동생인 김경희와 결혼하면서 신분이 '상승'하게 된다.
장성택은 1989년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1992년 김일성 훈장, 2012년 김정일 훈장을 수훈받았다. 과거 노동당 중앙위원회 외교부 담당 과장을 역임하며 북한의 '외화벌이'를 주도했던 장성택은 한때 김정일에 북한의 '개혁개방'을 건의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그러나 개인비리 등을 이유로 몇차례 실각하며 부침을 거듭하기도 한 장성택은 김정일의 뇌졸중 투병 이후인 2010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며 '공식 서열 2위'로 올라선다.
이후 당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의 직책을 잇달아 부여받으며 '실질적 권력'으로 지칭되던 장성택은 지난해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에는 인민군 대장의 직위도 얻으며 당·정·군을 아우르는 최고 권력을 누렸다.
북한은 주요인사들에 대한 실각 후에도 종종 해당 인사들을 재기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성택 역시 지난 1978년과 2002년, 2004년 몇차례 권력에서 물러나야 했으나 다시 복귀해 북한의 최고 실세의 자리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의 대대적인 '숙청' 공식 발표로 향후 장성택의 재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일 정보 당국의 '장성택 실각 가능성' 발표가 나온 뒤에도 북한은 공식 매체를 통해 장성택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왔다.
그러다 지난 7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 제1위원장의 기록영화인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에 종전 방영시에는 보였던 장성택의 모습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되며 처음으로 북한 매체에서 장성택의 숙청과 관련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에서 장성택과 관련한 모든 기사가 삭제된 것이 확인되며 장성택의 숙청이 기정사실화 됐다.
8일은 장성택이 해임 및 칭호 박탈이 결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개최된 날이다.
seojib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