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연기 후 남북관계는…전면 냉각 아닌 부분 냉각

北, 금강산관광 등 걸려 있어 대화 '셧다운' 가능성은 낮아
남북관계 '속도조절' 나섰을 가능성도

북한이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다음날인 22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외벽에 이산가족 상봉 홍보물이 걸려 있다. 북측은 지난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최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언론보도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 등을 문제삼으며 일방적으로 상봉 연기를 발표했다. 2013.9.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나흘 앞으로 다가왔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며 연이은 대화국면으로 이어지던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양측은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발표된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 통보를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후 우리 정부는 지난 20일 금강산으로 보냈던 이산가족 상봉 실무 선발대를 22일 전원 철수시키는 등 잠시 활기가 도는 듯 했던 금강산 관광지구는 다시 침묵에 휩싸이고 있다.

한편으론 이번 사건이 남북이 지난달 14일 정상화에 합의하고 지난 16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가며 코앞으로 다가온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최종 합의에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태도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나름의 강수로, 남북관계 전반에서의 '속도조절'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연기가 한동안 지속되던 남북간 대화국면 전체를 '셧다운' 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선 북한은 그간 지속적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갸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대응해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연계대응에 '분리대응' 원칙을 밝히며 두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조속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원하던 북한의 요구를 선뜻 수용하지 않으면서 논의 일정을 이산가족 상봉 이후로 연기할 것을 계속 요청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우리측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과거 18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북지원 등을 언급하며 상봉 행사를 수개월 뒤로 연기하거나 중단 선언을 한 바 있어 이번 연기 통보도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위한 우리측의 진전된 태도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으론 북한이 박근혜 정부 들어 발생한 남북간 현안이 최근 속도감 있게 풀려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양측간 최대 현안이었던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북측이 우리 정부의 '발전적 정상화' 방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모양새로 합의가 이뤄지는 등 북측이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기싸움에서 다소 밀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중국과의 유대 강화에 나서며 북-중이 동시에 국제사회에 6자회담 재개 목소리를 높히고 나섰지만 이에 대한 한-미 등 국제사회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은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선 연이는 남북 대화 재개와 6자회담 참가 의사 피력 등을 통해 결국 북미관계의 개선을 꾀하고 나선 것이지만 한-미-일이 '선(先) 비핵화 조치'를 강하게 주장하며 북한의 의도대로 호응하지 않으며 원하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개성공단의 경우 이번 남북간 정상화 합의가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은 점과 이미 북측 근로자 3만5000여명이 출근하며 재가동에 들어선 점에 비춰 북측이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부 역시 "개성공단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별도의 문제"라며 남북공동위를 통한 발전적 정상화 논의는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 16일 3차 공동위 회의에서 구체적인 날짜 없이 이번주 안으로 열기로 합의한 공동위 산하 분과별 회의에 정상적으로 호응해 나올지 여부가 관심사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공동위 분과별 회의나 4차 공동위 회의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다"면서도 "북한이 이번 사건과 개성공단을 연계해 개성공단 공동위 논의에서 부정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ojib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