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사단 콕 집은 김여정…北지뢰·南경고사격 '맞불' 프레임
8월부터 동부전선 北 MDL 침범 20여 차례…軍, 경고방송·사격 대응
서부전선 지뢰 책임 부인하며 21사단엔 '반격수단' 증강 위협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30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이남 지역 북한 지뢰 폭발사건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고 지역과 떨어진 동부전선의 우리 육군 21사단을 특정해 군사적 대응을 예고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부전선 지뢰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동부전선에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응한 우리 군의 경고방송·사격을 도발로 규정함으로써 남측에 책임을 되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북한의 MDL 일대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오히려 김 부장의 담화는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입증해 준 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군은 강원도 양구군 일대 동부전선에서 지난달에만 20여 차례 MDL을 침범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 MDL을 침범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 중 이 같은 침범이 빈번히 발생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개인화기를 소지한 상태로 MDL을 넘었다가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에 북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최근 도발이 잦은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우리 군대는 전술적 반격 수단들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경선 요새화 작업은 "국경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남부 국경 일대에서 차단물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그 어떤 군사적 목적과는 무관한 철저한 주권 행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히 8월부터는 적들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매일과 같이 감행하며 갈개고 있다(소란스럽게 난동을 부리고 있다)"며 남한의 대응조치를 "명백히 트집 잡기이고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군은 2024년 4월부터 본격화한 북한의 MDL 일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서부전선 지뢰 폭발 사건을 겪으면서 제대로 대응한 것이 맞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부장이 동부전선에서 이뤄진 우리 군의 대응조치를 직접 문제 삼은 것은 해당 지역에서 우리 군의 실시간 대응이 이뤄지고 있고 북한이 이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은 최근 늘어난 북한군 MDL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 자산을 현재보다 MDL에 더 근접한 위치에 추가 설치하거나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부장이 이날 낸 담화문은 크게 ①서부전선 지뢰 사건의 책임 부인 ②국경선 요새화 작업 정당화 및 동부전선 남한 대응 절차 도발 규정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측이 문제 삼는 서부전선 지뢰 사고와 자신들이 도발로 규정한 동부전선 경고사격을 병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책임 공방의 초점을 분산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윤상용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남한의 대응 사격을 도발로 규정하면서 자신들의 지뢰 폭발 사건을 도발로 규정한 남한의 입장을 상쇄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 이후 경제 사정이 나아진 상황에서 남북 갈등을 확대할 의도가 없으니 '양쪽 모두 도발 행위를 했으니 이쯤에서 정리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서부전선에 집중된 우리 군의 경계심을 다른 전선으로 분산시켜 전 전선에 걸친 군사적 피로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진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서부전선 지역에 집중된 우리 군의 관심과 감시 노력을 분산하려는 의도이자 전 전선에 걸쳐 우리 군의 전투 피로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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