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 도발에 '상응 조치' 필요하지만…'실효성 있는 카드' 부족하다
강신철, 구체적 방안 언급 자제…"北이 직접 지뢰 철거하도록 요구" 언급도
고위급 성명·대북 방송 등 직접적 대응 방안 및 제재 등 외교적 방안도 거론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정부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상응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합동 조사 결과 현재까지 북한군의 지뢰가 폭발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폭발한 지뢰가 현장에 매설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1차 판단 내용을 밝혔다.
아울러 사고 지역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MDL을 무단 월선해 우리 측 지역에 지뢰를 묻는 사실상 군사 도발이자 정전협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이 당초 밝힌 '상응 조치'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침묵하며 정부가 어떤 조치가 남북 관계를 과거로 후퇴시키지 않으면서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군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위급 장성의 '대북 규탄 성명'부터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철수한 전방 지역의 대북 확성기 재설치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군이 실질적으로 어떤 조치를 검토 중인지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 확성기나 라디오 등을 활용한 대북 방송과 같이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대북 감시·정찰 자산 강화를 통한 압박을 비롯해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와 인도적 지원 중단 등 외교적 접근도 대응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군은 지난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이후 최초 작전에 투입된 수색대원의 장구류에 묻은 파편이나 화약 성분을 분석해 폭발 물체가 북한군의 지뢰로 추정된다는 1차 판단을 내렸다.
이후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현장조사를 통해 사고 지역 일대에 북한군의 지뢰가 '매설'돼 있었고, 사고 지역이 MDL 이남이라는 2차 판단을 내렸다. 군은 현재 이번 사건의 책임이 북한 측에 있다는 '잠정 결론'의 최종 확인을 위한 막판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군이 공언한 대로 '상응 조치'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상응 조치로 택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강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도 대응 방안에 포함되나'라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앞으로 어떤 상응 조치를 하겠다는 것을 여기서 말씀드리기에는, 그것 또한 작전이니 양해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강 장관은 다른 여러 의원의 비슷한 질의에도 계속 "현시점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만 답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예단해서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최종 판단을 종합하면서 검토를 한 뒤 같이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단계에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조사 결과 확정에 앞서 대응 조치의 세부 내용을 언급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혹은 군은 일단 빠른 시일 내에 대북 규탄 성명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 군 관계자는 "과거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이나 포격 도발 당시 합참 차원의 규탄 성명을 발표한 사례가 있었고 이번 상황도 그에 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다만 성명 발표는 대응의 시작에 불과한 만큼 그 이후의 대응 방안도 빨리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2015년 서부전선 목함지뢰 도발 당시 합참은 북한군을 향해 "정상적 군대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하며 "수차례 경고한 대로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는 강경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성명 직후 우리 군은 대응 차원에서 전방 지역에서 대형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자 북한은 먼저 우리 측에 회담을 요청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건이 빠르게 일단락될 수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효과적 대응 방안으로 확성기 방송 재개가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북한의 추가 도발 의지를 자극할 수 있고, 윤석열 정부 때처럼 북한의 맞대응 방송이 이어질 경우 접경지 주민들의 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문제다.
다른 군 관계자는 "확성기들이 비록 전방에서 철수했다지만 재설치도 명령만 있으면 가능하다"면서도 "전방 지역 민간인 통제선 일대 소음 등 민원 소요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과의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이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인 이재명 정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대북정책 기조를 180도 전환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곧바로 남북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정보원 등에서 수십년간 진행해 온 대북 방송 중단을 지시했고 뒤이어 전방 지역의 대북 확성기 철거를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 때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방송을 재개한 지 약 1년여 만의 일이었다.
전날 국회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이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는 북한이 확성기에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효과가 있었지만, 이후엔 나름의 대응 전략을 세워 맞불 방송이나 굉음 방송을 통해 접경지역에 사는 우리 국민들을 괴롭혔다"라며 "이는 이제 확성기 방송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도 이에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우리 군이 MDL 북측 지역에 지뢰를 설치하는 '비례 대응'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국지 충돌과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전이 성공해도 우리 측이 정전협정을 위반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외교적 실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군이 직접 MDL 이남에 묻은 지뢰를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강 장관의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전날 국방위에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MDL 이남 지역에 북한이 매설한 지뢰를 직접 제거하라고 요구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강 장관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잘 거론되지 않았던 방법으로, 북한의 명문화한 '사과 혹은 유감' 표명 없이도 북한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방안 중 하나로 보인다.
강 장관은 북한이 그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거기에 따라서도 대응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향한 직접적인 상응 조치를 강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미동맹과 국제사회 여론을 활용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을 찾으면서 대북 감시 자산을 보다 두텁게 갖추는 조치를 더해 북한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두진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유엔사와 협의해 MDL 일대 감시 사각지대에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를 배치하고 주한미군과 협의를 거쳐 현재 전방 지역 감시정찰 자산의 작전 빈도를 높여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두 연구위원은 이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부 등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날 경우 UN, EU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 관계를 활용해 국제적인 대북 규탄을 끌어내고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북한군 2군단 주요 직위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독자 제재 또는 한미 공동 제재 방안, 대북 인도적 사업 동결 등 외교적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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