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구호대가 돌아온 뒤에도 네팔에 남은 가족들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특이사항이 없다는 발표가 그곳에 연락두절자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난 9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한국남동발전 실종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외긴급구호대 1진이 귀국 준비에 들어간 날이었다. 가족들은 어느 구역을 수색했고 어디에는 들어가지 못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직 살피지 못한 곳에 가족이 있을 가능성을 닫지 말고, 실질적인 수색을 이어달라는 호소였다.
그 뒤 추석도 지났다. 한국인 실종자 가족 가운데 네 가족은 카트만두에서 소식을 기다리며 명절을 보냈다. 지난달 26일 네팔 라수와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홍수가 덮친 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 아홉 명의 행방은 한 달 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흘렀어도 가족들은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지난 9일 가족들이 낸 성명에는 국가가 자국민을 버렸다는 말까지 담겼다. 이틀 뒤 이재명 대통령은 임무 교대 과정에서 수색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가족들에게 "국가로부터 혹여라도 버림을 받았다든지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수색과 소통에 최선을 다하라고도 했다. '버렸다'는 가족의 말에 대통령이 약속으로 답한 셈이다.
해외긴급구호대 1·2진이 귀국한 데 이어 정부합동대응팀도 차례로 돌아온다. 지난 27일 3명이 귀국했고, 오는 10월 1일에는 팀장을 포함한 2명이 복귀할 예정이다. 경찰청 인원 4명은 현지에 남아 신원 확인을 지원한다. 기업들은 수색을 계속하고, 주네팔대사관은 이를 지원하며 가족과 연락을 이어간다.
현장의 위험과 수색의 한계는 분명하다. 사고 이후 발전소 터널들은 토사와 잔해에 막혀 수색대가 진입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구조대는 이달 초 한국 기업 사무실 50m 앞까지 다가갔다가 발아래 깊은 낭떠러지에 막혀 돌아섰다. 현장은 굴착기를 분해해 네팔군 헬기로 메인캠프까지 실어 날라야 할 만큼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불안정한 지반에 사람을 무턱대고 들여보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정부는 대응팀이 돌아온 뒤에도 가능한 수색과 수습, 신원 확인을 어떻게 이어갈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네팔 당국과의 협의, 장비 운송과 현장 접근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기업 중심으로 수색이 이어지더라도 필요한 협조를 이끌어내고 진행 상황을 확인할 정부의 책임은 남는다.
가족에게 그 과정과 한계를 설명하는 일도 국가의 책임이다. 지난 9일 가족들이 물었던 것처럼 어디를 확인했고 어디에는 들어가지 못했는지, 다시 살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알려야 한다. 수색의 한계는 솔직하게 밝히되, 다음에 가능한 조치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사고 직후 대통령은 가족 전담관과 진행 상황을 알릴 공보 담당자를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대응팀장이 귀국해도 그 연락 창구는 이어져야 한다. 가족이 네팔에 남아 있든 한국으로 돌아오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같은 사정을 처음부터 설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수색 계획이 달라지면 누가 이유를 알리고, 신원 확인 결과가 나오면 누가 가족에게 전할지도 분명해야 한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말은 이런 구체적인 약속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 달이 지나는 사이 네팔 대홍수는 다른 뉴스에 밀려났다. 그러나 이 비극을 지나간 일로 넘길 수는 없다. 우리가 눈을 돌린 사이에도 가족들은 네팔과 한국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아홉 명의 행방이 확인될 때까지, 국가는 가족의 질문에 답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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