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아즈텍 타이거', 멕시코의 기회를 잡아라[특별기고]

권기수 한국외대 포르투칼어과 교수

권기수 한국외대 포르투칼어과 교수.

2010년대 초 높은 성장 잠재력과 제조업 경쟁력을 앞세운 멕시코는 '아즈텍 타이거'(Aztec Tiger)로 불렸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확대되던 당시, 멕시코는 낮은 생산비와 북미시장 접근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상했다.

최근 '아즈텍 타이거' 멕시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유가 다르다. 미·중 전략경쟁과 보호무역, 공급망 재편으로 경제안보가 중요해지면서 멕시코의 전략적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어디에서 가장 싸게 생산할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디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시장과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멕시코는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국가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연결된 제조업 강국으로, 북미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석유와 구리 등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풍부한 데다,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지경학적 위치도 강점이다. 경제안보 시대가 열리면서 멕시코가 가진 이러한 자산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방문은 의미가 각별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은 2005년 수립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핵심은 협력의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질적 전환이다. 멕시코의 높아진 전략적 가치를 새로운 협력 기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의 성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협력 분야의 다각화다. 자동차와 전자 등 전통 제조업에 집중됐던 협력 분야를 AI, 디지털, 우주, 방산 등 미래 첨단·전략 산업으로 넓혔다. 문화와 인적교류로도 협력의 외연을 확장했다. K-컬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K-콘텐츠의 확산을 넘어 콘텐츠 공동제작과 인재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간 장학 프로그램 신설을 추진하는 등 미래세대 간 교류의 기반도 마련했다.

둘째, 협력 방식의 고도화와 제도화다. 수출과 투자, 현지생산 중심의 협력에서 나아가 기술협력과 R&D, 공급망 연계를 통해 공동생산과 혁신으로 발전할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한국의 전략산업과 멕시코의 산업발전 전략인 '플랜 멕시코'를 연계하기로 한 것은 양국 협력이 교역과 투자를 넘어 생산 통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항공기 수출에 그치지 않고 기술 협력과 현지 공급망 구축, 금융지원과 인력 양성까지 포괄하는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협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확충됐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타결하고, 양국 수출입은행 간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을 신설했으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불법 통관 물품에 대한 정보 공유도 확대하기로 했다.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재개하고 AI와 우주 등 첨단 분야의 후속 협력 체계도 마련했다.

셋째, 협력 무대의 확대다. 한·멕시코 협력은 이제 양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양국은 국제개발협력포럼을 신설하고 중미와 카리브를 중심으로 삼각협력 사업을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한국의 기술과 개발 경험에 멕시코가 중미와 카리브에서 축적한 협력 경험과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새로운 협력모델이다. 방산과 첨단산업에서도 기술 협력과 현지 생산을 토대로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차원의 연대도 강화된다. 멕시코가 APEC 의장국을 맡는 2028년에는 APEC AI 이니셔티브의 이행을 공동 점검하고, 한국의 2028년 G20 의장국 수임과 멕시코의 2029년 의장국 수임 추진을 계기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멕시코에는 "잠자는 새우는 물살에 휩쓸려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를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는 일이다. 다시 뛰는 아즈텍 타이거, '멕시코의 기회'를 한국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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