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지뢰 매설' 의심되지만 '의도' 판단 쉽지 않다…묻힌 시점도 관건

MDL '위치' 인식 차이·지형 특성도 고려해야…오래된 지뢰 유실 가능성도
폭발 우려에 수지 지뢰 회수 어려울 수도… '스모킹 건' 확보 비상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DMZ 지뢰 추정 폭발 상황 관련 중간 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우리 군이 지난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북한군 지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1차 판단을 내렸다. 앞으로의 과제는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해당 지역에 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했는지, 아니면 지뢰가 모종의 이유로 폭발 지역으로 흘러들어왔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29일 제기된다.

다만 지뢰 매설 여부를 비롯해 북한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작업은 또 다른 난제가 될 전망이다. 해당 지역에 우리 군이 오랜 기간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DL 인식차·지형 특성 변수…과거 유실 가능성도 배제 못해

2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사고 원점 일대에는 총 3발의 지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2발이 폭발했으며, 현장 철수 과정에서 1차 폭발 지점 약 1m 인근에 미폭발 지뢰 추정 물체 1발이 추가로 식별됐다. 합참은 이를 북한군의 목함지뢰와 형태가 유사한 수지(플라스틱)반보병지뢰로 추정하고 있다.

합참은 미폭발 지뢰 추정체가 지표면 아래 5~10㎝ 깊이에 묻혀 있었던 점, 작전 요원들이 오가는 과정에서도 노출되지 않았던 점 등을 토대로 '매설'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폭발한 나머지 2발의 매설 여부는 특정하지 못했다.

지뢰가 식별된 곳은 우리 군 기준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10여m 떨어진 지점이다. 그러나 남·북한과 유엔사가 인지하는 MDL 기준선 및 GPS 위치 등에 차이가 있어 북한의 지뢰가 어떤 경위로 폭발 지역에 위치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현장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이 MDL 위치를 우리와 다르게 인식해 이미 오래전에 사고 지역을 자기 측 영토로 인식해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 또는 최근 추진 중인 남북 단절 조치인 '국경선 요새화 작업'의 일환으로 설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고 자체가 북한이 MDL 인근에서 진행해 온 지뢰 매설 등 군사적 작업을 관측하기 위한 수색로 개척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우리 측의 탐색을 막기 위해 최근에 사고 지역에 지뢰를 묻었을 수도 있다.

만일 북한이 사고 지역이 MDL 이남인 것을 알고도 내려와 지뢰를 매설했다면 이는 의도적 군사 공작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북한이 MDL을 잘못 인식했다면, 북한의 대응 방식은 물론 이번 사안의 출구를 찾기 위한 정부의 대응 방향도 '대북 상응 조치'에서 달라져야 할 수도 있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은 이날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1953년 7월 27일 휴전 이후 지도에 그은 군사분계선과 현장에서 말뚝으로 구분한 군사분계선의 위치가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라며 군사분계선이 사실상 "회담장에서 그은 선, 남한이 인지하는 선, 북한이 인지하는 선이라는 세 가지 선이 공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인식의 차이로 인해 북한이 '공작' 의도 없이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심지어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설정한 MDL 기준선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우리 군이 '북한군의 MDL 월선'으로 판단한 사안에 대해 "해당 사안은 북측의 주장이 맞다"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뢰 폭발 지점이 명확한 표식이 없는 MDL 근접 지역이라는 점에서 북측의 의도성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언급이다.

또 오래전 유실된 지뢰가 자연스럽게 파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북한의 고의적 매설을 입증할 물적 증거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北 입장·유엔군사령부 판단도 주목…미폭발 지뢰 수거·분석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고 지역은 우리 군이 50여년간 진입하지 않았던 곳으로, 겨울철 추위로 인해 매년 풀이 새로 자라고 덮이기를 반복해 빠르게 지뢰가 해당 지역에 유입된 시기를 단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식별된 수지반보병지뢰 추정체가 북한이 1969년부터 운용해 온 품목이라는 점도 매설 시점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 2015년 DMZ 목함지뢰 도발 때는 우리 군이 주기적으로 오가는 통문 길목에 지뢰를 설치해 고의성과 도발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반면 이번 사고는 우리 군이 한국전쟁 정전 이후 처음으로 개척을 시도한 수색로에서 일어난 데다가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로 찍은 영상도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장 조사를 통해 회수한 지뢰 파편과 주변 흙 등의 성분을 분석해 정확한 매설 시점을 추정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폭발하지 않은 1발의 지뢰를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지뢰를 회수해) 외관 상태와 땅속에서 오랜 시간 풍화된 성분을 비교하면 매설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폭발 지뢰를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해당 지뢰가 이번 사고 충격으로 어떤 변형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해체는 물론 자칫 무리하게 들고나오다 또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수지지뢰든 목함지뢰든 지뢰의 반이 폭약이고 신관(기폭장치)이라 해체하기 쉽지 않다"라며 "현장조사에서 그 지뢰를 육안으로 확인만 할지, 가져올지는 현장에 들어가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뢰가 외부로 노출돼 있었다면 그 아래 부비트랩을 추가 설치해 외부에서 지뢰를 무력화하면 부비트랩이 터지도록 '함정'을 설치했을 수도 있다"라며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배운 전훈을 적용해서 신형 수지지뢰 등을 매설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미폭발 지뢰 추정 물체나 매설 시기 추정이 가능할 수준의 유의미한 파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북한의 의도를 판단할 결정적 '스모킹 건'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으론 북한이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또 유엔군사령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고의성은 부인하더라도 북한군의 지뢰에 따른 사고에 대한 '유감' 등의 전향적 입장을 밝힌다면 남북이 재발 방지 등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작지만, 유엔사가 남북의 '중재' 역할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