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폭발' DMZ 현장 조사 왜 늦어지나…추가 사고 위험에 망설이는 軍

미확인 지뢰지대에 수풀 우거져…軍 "목함지뢰 도발 때와 상황 달라"
현장서 '北 목함지뢰 목격' 진술 나와 주목

지난 26일 합동참모본부(합참)이 유엔사와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 조사를 위해 DMZ를 진입하고 있다. 2026.08.26 (합참 제공) ⓒ 뉴스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21일 발생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추정 현장 조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군은 이번 사고 지점이 '미확인 지뢰 지대', 즉 상당 기간 우리 군이 작전을 펼치지 않은 곳이라 현장 상황을 100%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사고 우려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엿새가 지나도록 '현장'인 폭발 지점에 접근조차 못한 데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내린 비로 증거가 유실됐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조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28일 이어지고 있다.

미확인 지뢰지대에 수풀 우거져 조사 난항…이날 중 추가 조사 이뤄질 듯

군 당국에 따르면 합참과 유엔사 소속 인력 40여 명은 전날인 27일 DMZ에 진입해 지뢰탐지기를 운용, 기동로 정밀 탐색과 추가 확장 작업을 실시했다. 다만 사고 발생 지역이 미확인 지뢰 매설 가능성 등 추가 사고 발생 위험이 큰 곳인 만큼 기대보다 빠른 작업 속도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전날 조사에선 폭발 발생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철수한 뒤 추가 조사를 준비 중이다.

사고 발생 당시 우리 군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활동 감시를 위한 '새로운 루트'를 개척 중이었다. 이는 한국전쟁 정전 이후 우리 군이 통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지대를 새로 수색로로 개척한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현장엔 수풀이 우거져 조사대의 자유로운 이동이나 시야 확보 등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황주봉 합참 작전1처장은 이날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말은 "(우리 군이) 1953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해 왔던 지역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그 지역은 (군이) 수십 년 동안 가보지 않았고 어느 정도 (남북 간) 완충의 성격을 띤 곳이다 보니까 (필요시) 새로 개척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고 지점에서 남북 모두 상당 기간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수십 년 전 매설된 지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복합적으로 고려할 요소이고 어느 것으로 특정지을 수 없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군은 이날 중으로 추가 현장 조사를 실시해 빠른 시일 내에 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장조사는) 유엔사와 합참, 현장 부대가 상황 평가를 통해 실시하는 부분"이라며 "이날 조사가 끝나는 대로 브리핑 등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사고를 지난 2015년 8월 발생한 'DMZ 목함지뢰 도발'과 비교하며 현장조사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당시 군 당국은 사고 다음 날 즉각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엿새 뒤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그땐 사고 발생 지역이 우리 군의 평소 작전 경로라 후속 인원 투입이 수월했으며,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한 현장 영상 확보에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우리 군의 감시장비로 촬영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어 사고 발생 전후의 현장 영상이 없는 상황이다. 군은 지난 21일 작전 당시 일부 장병들이 착용한 '보디캠' 영상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주봉 합동참모본부 작전1차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사고' 현장 조사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기성 기자
군, '北 목함지뢰 추정 물체 목격' 진술 확보…강신철 "최근 매설 北 지뢰면 상응 조치"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우리 측 수색대를 노린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다. 특히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수색대원 일부가 북한군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큰 목함지뢰와 비슷한 물체를 사고 현장 인근에서 목격했다고 진술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황 처장은 브리핑에서 "(수색 작전 투입) 장병들은 적 지뢰뿐만 아니라 아군 지뢰에 대해서도 형상, 재질 및 특징 등을 교육 후 DMZ에 들어가며, 그 교육을 받은 인원이라면 누구라도 이를 확인하고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 인근에서 본 지뢰가) 목함지뢰와 유사하다는 진술이 있었다"라고 했다.

황 처장은 다만 "목함지뢰와 유사하되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보였다는 진술도 있었던 한편, 다른 종류로 보인다는 추정도 있었다"라며 "목함지뢰와 형상이 유사한 지뢰도 몇 개가 있기 때문에 그 종류를 현장(조사)에서 명확하게 확인한 다음 설명해 드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군 당국은 사고 당시 수거한 장구류나 화약 흔적을 채취한 거즈, 부상자 응급처치 및 수술 과정에서 적출한 파편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분석 의뢰한 상태다. 국과수의 1차 감정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상자들의 소지품이나 폭발물 잔해만으로는 폭발물의 제작 주체를 단정하기 한계가 있다는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M14 대인지뢰에 쓰이는 테트릴(약 28g)과 북한 목함지뢰(PMD-57)의 주성분인 TNT(200~220g)는 폭약 종류와 중량에 차이가 있지만, 이미 연소한 화약 성분 조사만으로 결정적 단서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사고 지점에 비가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거 유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군이 2023년 12월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 MDL 일대, 특히 MDL 이남 지역에서 지뢰 매설 등 남북 단절 조치를 해왔다는 점에서 북한군이 최근 매설한 지뢰가 폭발했거나, 근처에 있던 지뢰가 유실돼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고 지점은 실제 북한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MDL 인근 지역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폭발물이 북한군이 최근 매설한 지뢰로 확인된다면 "합당하고 상당한, 거기에 상응하는 그런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고, 그렇게 해 나가겠다"라고 답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