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도 안보 변수"…軍, 'K-기후변화' 평가 도구 수립 검토
안보 전략 수립에 '기후' 반영하는 외국 사례 참고
한국군도 '맞춤형 평가 도구' 수립 필요하지만…통합 거버넌스 마련은 숙제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기후변화가 우리 군의 작전 환경과 전투 대비태세를 흔드는 변수 중 하나로 다가오면서, 군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K-기후변화' 평가 및 대응 체계 수립을 검토 중이다. 개별 재난에 대한 대응을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안보 변수를 정확히 식별하고 정책과 작전 전반을 아우르는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27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은 기후 위기에 따른 환경 변화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량화된 평가 도구를 통해 관련 위험을 측정·관리하고, 정부 내 전담 조직이나 협의체를 통해 기후변화 데이터를 군사 정책 및 시설 관리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미 전쟁부(국방부)는 기상 이변이 군사 훈련과 국방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하고 실용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빈번해지는 홍수, 산불 등 자연 재난이 대비태세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재난 상황에서도 군이 본연의 임무를 정상 수행하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미 전쟁부는 2021년부터 국방 기후 평가 도구(DCAT)를 활용해 전 세계 군사시설의 홍수, 폭염, 가뭄, 산불 등 주요 위험 노출도를 정량 평가해 왔다. DCAT은 최신 기상 자료와 지리정보를 결합해 시설별 위험 수준을 분석하고 우선 대응 지역을 파악하는 분석 프로그램이다. 미 전쟁부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의 회복력을 높이고 있으며, 관련 업무는 에너지·시설·환경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조직이 총괄하고 있다.
북극을 관할하는 캐나다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안보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항로의 접근성이 높아져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의 활동이 활발해진 데다,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연안 국방 인프라의 손상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3년 역대 최악의 산불에 이어 2025년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재해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캐나다 국방부는 군사시설과 작전 체계의 위험을 평가하는 자체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캐나다 정부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자국 내 34개 군사시설과 5개 북부경보체계 구역에 대한 기후 취약성 평가를 마쳤으며 이를 인프라 보완 및 적응 조치에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 재난 빈발로 군의 대민 지원 투입이 늘어남에 따라, 정규 전투 대비태세 약화를 막기 위해 긴급 구호 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주요국 역시 기후 변수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인으로 다루고 있다. 영국은 군사시설과 작전에 미치는 기후 위험을 평가해 작전 능력을 최적화하는 체계를 운용 중이며, 프랑스와 호주 역시 기후 위험이 국방 인프라와 군사 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해 국방 중장기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군 당국도 이같은 추세에 맞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초 국방부 직할 국방정보본부에 기상기후정책과를 신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부서는 오늘날의 기후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기후 요인이 군의 작전 환경 및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군은 해외 사례처럼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춘 취약성 평가를 전 군으로 확대하기 위해 '한국군 맞춤형 기후변화 평가 도구' 개발도 검토 중이다. 타 기관 데이터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국방 분야에 미치는 주요 변수와 안보 환경 영향성을 특화해 분석하겠다는 구상이다.
군은 지난해 사전 개념 연구를 마쳤으며, 미국의 DCAT와 같은 국방 특화 진단 모델을 구축하거나 환경부 등의 '기후변화 영향·취약성 통합평가 도구(MOTIVE·VESTAP)' 활용 범위를 국방 분야로 넓히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같은 모델이 도입되면 주요 군사기지와 전방 작전지역의 기후 위험 노출도를 정밀하게 살펴 취약점을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체계적인 기후 안보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후변화는 대민 지원부터 장비 점검, 군수 수요, 작전·훈련 수립 등 국방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 국방부 내 관련 업무는 재난관리·의무·군수·훈련 분야별로 담당 부서가 분산돼 있는 상황이다.
각 군의 사정도 비슷하다. 공군만 기상 전문 조직인 '공군기상단'을 운용하고 있을 뿐, 육군과 해군에는 전담 실무 조직이 없다.
기상 데이터 수집부터 위험 평가, 정책 수립과 예산 배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 안보 분석과 전군 차원의 실행을 하나로 묶어 총괄할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 단편적인 부서별 대응만으로는 가속화하는 기후 위기와 군사 인프라 피해에 실효성 있게 맞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올해의 경우 '슈퍼 엘니뇨'의 발달이 주목받고 있다"라며 "이에 기인한 한반도 주변의 수온 상승과 폭우가 만조·태풍·해일과 결합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취약점 분석과 단계적 보강 조치가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최근 해외 동향을 살펴보면 주요국들은 국방 정책 수립 시 기후 이슈를 별도 사업이 아닌 의사결정과 작전 수립의 핵심 변수로 통합하는 추세"라며 "우리 군 역시 민간 전문 부처와 협업해 기후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안보 자산 및 첨단 장비가 극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도록 맞춤형 시나리오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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