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전격 한국行, 남북관계 파장은?…北 '모르쇠'냐 '반발'이냐
北 '파병 영웅서사' 균열 부담…공개 반발보다 침묵 가능성
韓도 신변 안전·남북관계 고려…공개 활동 및 증언 여부가 변수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지난해 1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 우크라 측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최근 한국 땅을 밟았다. 전쟁에서 생포된 북한군이 한국행을 선택한 이례적인 사례인 만큼, 이번 사태가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24일 주목된다.
북한은 이들의 한국행을 이유로 한국을 비난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들 역시 파병으로 '공'을 세웠다는 점은 분명하고, 포로들의 한국 송환이 내부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지킬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에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던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 2명의 존재는 지난해 1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이후 이들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의 면담과 한국 언론 인터뷰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밝혀 왔다.
현재의 남북 관계를 감안하면, 북한은 두 포로들의 한국행이 한국과 우크라, 서방(미국)의 '공작'이라며 공개적으로 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파병의 정당성을 강화하며 한미에 대한 적대적 정책의 명분도 부각하려 들 수 있다.
특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도 내비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를 파고들어 포로 두 명이 '속아서'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논리를 구사할 수도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탈북 후 재월북한 이들을 내세워 이같은 논리의 선전선동에 활용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군 포로 2명의 존재와 이들의 한국행 소식이 확산한다면, 북한 당국 입장에선 결속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간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돼 희생된 군인들에게 '영웅 서사'를 부여했지만, 이 두 명은 그 서사에 결정적인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이 사안을 공개적으로 다루는 것이 체제의 결함을 노출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로키'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남북 관계를 관리하고 싶어 하는 정부 또한 최대로 로키로 대응하면서 포로들의 한국행이 남북 간 현안이 되지 않도록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는 가능하면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간 비공개로 협상을 이어왔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격 발표 직후 "그간 우크라이나 측을 비롯한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라면서도 "이 사안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 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변수는 이들이 정착지원 교육을 마친 뒤 한국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활동이 가능해질 때 발생할 수 있다. 공개 활동을 통해 북한 체제에 부정적 이야기를 할 경우 북한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혹은 정부가 향후 북한의 실상 파악을 위해 기록할 이들의 '증언'이 공개될 경우에도 남북 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임을출 교수는 "정부가 만일 포로들을 기자회견에 세우거나 대외적으로 공개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진술하게 한다면 북한이 아주 세게 반발할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으론 북한 당국이 이미 이들의 한국 송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그간 수시로 포로 교환을 진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도 러시아를 통해 이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선 북한군 포로를 통해 더 많은 자국의 포로를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국에도 무기 지원 등을 압박할 수 있는 협상 카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무기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전격 한국으로 송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들에 대한 권리 주장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이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협상력을 높일 요인이 사라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고 전쟁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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