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포로 2명, 우여곡절 끝 한국행…정부 물밑 협상 '결실'

생포 1년 8개월 만에 한국행…젤렌스키 유엔총회서 송환 사실 공개
지난 6월 원칙적 합의…'강제송환 금지·자유의사 존중' 적용

우크라이나에 붙잡혔던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에 보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X 캡처) 2025.1.12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 생포된 북한군 2명이 1년 8개월 만에 한국으로 송환된 사실이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행 의사를 밝힌 이후 이뤄진 정부의 장기 물밑 협상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후 외교부와 청와대 모두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라는 신중하면서도 사실상 북한군 포로들의 한국행을 인정하는 입장을 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람이 며칠 전 대한민국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이들의 입국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북한군 포로들이 우리 땅을 밟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의 모습을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다.

이들은 이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의 면담 등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본인의 자유의사와 국제법에 따라 이들이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인 만큼, 국내법적으로 이들의 귀순 요청을 받아들일 근거가 있다. 국제법상으로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국가로 돌려보내지 않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을 근거로 이들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이들의 한국행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복잡한 사정이 얽히면서 장기간 지체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 포로 문제가 러시아와의 자국민 포로 교환 문제와 국제법적 쟁점 등에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군 포로 2명과 우크라이나 포로 수천 명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갔다. 북한군 포로의 법적 지위와 제네바협약상 송환 의무 등을 둘러싼 국제법적 해석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에 붙잡혔던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한국에 보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X 캡처) 2025.1.12 ⓒ 뉴스1 김진환 기자

다만 이들이 자발적으로 한국행을 원하는 만큼 본인의 의사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처벌이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이들의 한국행을 추진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현 외교부 장관도 우크라이나 고위급과 공식적으로 접촉해 북한군 포로 문제를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았다.

유용원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북한군 포로 송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 측이 비밀리에 특사를 보내 우리 외교 당국과 고위 당국자 사이에 포로 송환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졌고, 이후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최종적으로 포로 송환을 재확인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또한 '강제송환 금지'와 '자유의사 존중'이라는 국제법 및 인도주의 원칙을 고려해 이들의 송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물밑 협상 역시 송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송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 생포된 북한군이 자기 의사에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이례적인 사례인 만큼 정부 차원의 별도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입국한 이들의 신원과 동선 등도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의 관리 아래 비공개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리 정부는 포로 본인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변 안전 등을 우려해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들의 한국행을 전격 공개하면서, 정부도 이들의 신원과 구체적인 입국 경위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