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작'이나 '유실 지뢰'냐…서부전선 폭발 사건 판단 신중 기하는 軍

파편 등 잔해 분석 개시…현장 조사까지 진행한 뒤 '최종 결론' 예상
北 지뢰 매설 의심지에서 수십미터 이격…사고 전 현장 영상은 없어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북한 비무장지대 철책 기둥 설치 모습. 2024.10.17 ⓒ 뉴스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한 본격적인 조사를 개시했다. 사고 대응의 향방을 가를 '북한의 소행', 즉 북한군의 공작 여부나 폭발물이 북한군이 제작한 지뢰인지 등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기조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11년 전과 같이 북한이 의도적으로 우리 군을 공격하기 위해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한 공작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군은 현장조사와 영상 및 폭발물 잔해 분석 등 '종합적인 조사'가 완료될 때까진 확정적 판단을 피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풀 우거진 지역에서 두 차례 폭발 발생…'매설'인지 '유실'인지 판단 쉽지 않아

합참은 별도 조사팀을 구성해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관할 DMZ 일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합참은 우선 사건 발생 당시 25사단 지휘통신 내용, 수색로 개척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로부터 당시 상황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작전 중 사용한 '보디캠' 2대의 녹화 영상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또 폭발물 잔해와 수색대원들이 착용했던 장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분석 의뢰했다. 분석은 폭발물의 파편 성분과, 폭발물에서 나온 화약 등의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군은 폭발물이 우리 군이 제작한 것인지, 북한이 제작한 것인지를 파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과거 목함지뢰나 플라스틱 지뢰를 MDL 일대에 살포한 것으로 파악된다.

육군 25사단 수색대와 관할 공병대 등 총 18명(간부 15명, 병사 3명)은 지난 21일 오전 DMZ에 진입해 신규 수색로 개척 작전에 투입됐고, 작전 중 지뢰로 추정되는 물체가 폭발해 수색대대장(중령) 등 간부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수색로 개척 작전은 당초 다음 주에 예정됐던 유엔군사령부의 북한 지뢰 매설 의심 구간 현장 조사의 사전 준비를 위해 진행됐다.

폭발은 두 차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전 10시 50분쯤 공병대 소속 중사 1명이 지뢰로 추정되는 물체의 폭발로 부상을 입었고, 수색대대장이 안전조치를 위해 접근하던 중 추가로 지뢰로 추정되는 물체의 폭발이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은 허리까지 수풀이 우거져 제초와 탐지를 동시에 진행해야 했고,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 우리 군도 100% 인지하고 작전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폭발한 지뢰 추정 물체가 원래 그 자리에 매설돼 있었는지, 다른 곳에서 유실돼 흘러들어온 곳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은 모두 지뢰 방호장비를 착용했고 작전 투입 직전까지 안전성 검토를 진행했다. 지뢰 제거 임무를 맡은 공병대는 비금속 지뢰도 탐지할 수 있는 PRS-20K 지뢰탐지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폭발물에 대한 탐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도 군의 조사 대상이다.

특히 사고 발생지점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으로, 북한이 최근 진행하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 중 MDL을 무단으로 넘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으로부터 수십미터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현재 운용하는 군의 감시·정찰 장비만으로 현장 파악이 어려워 직접 접근해 조사를 해야 하는 지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北 고의적 매설 vs 유실된 北 혹은 아군 지뢰…판단에 따라 정세 요동 가능성

이번 사건은 북한이 지난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2024년 4월부터 MDL 일대에서 철책과 지뢰 지대, 전술도로 등을 설치하는 국경화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공작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한 달 새 국경화 작업 과정에서 20회 넘게 MDL을 월선했고 이 중에는 무장 상태로 침범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최근 우리 군의 이번 작전 지역 인근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북한이 우리 군의 작전을 사전에 알았거나, 이를 대비해 지뢰를 살포 혹은 매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합참은 이번 사건이 △북한이 공작을 위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한 것인지 △하절기 하천 범람에 따라 유실된 북한 지뢰가 폭발한 것인지 △과거 아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한 것인지 등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합참 관계자는 "사고 지점이 하천에 인접해 있고, 북한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과도 떨어져 있다"면서 "또 사고지점 인근 하천 주변으로 경사가 진 지역도 있어서 하천을 따라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도 있고, 현재까지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사고 지점과 북한의 지뢰 매설 추정 지역 모두 특정하기 위해서는 현장 확인을 해야 하고 당장은 예단하기도 어러워 고의적 매설, 자연 유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고를 당한 부대가) 1군단 25사단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느낌이 왔다. 수년 전부터 상당히 많은 상황이 있던 곳"이라면서도 "(지뢰 추정 폭발물이) 우리 것이든 북한 것이든 누가 거기에 심었느냐, 또는 어디선가 유실된 것이냐를 지금 알 방법은 없다. 지금은 조사를 해야 하고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뢰밭 DMZ의 '감시 사각지대' 조사해야…목함지뢰 도발 때와 다른 점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남한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가 나란히 보이고 있다. 2020.6.23 ⓒ 뉴스1 송원영 기자

일각에서는 합참이 유엔사와 함께 이르면 다음주 이번 폭발 사고 현장조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추가적인 인명피해나 DMZ 내 남북 간 우발 충돌 등 안전 문제가 있어 조사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MDL 일대에 미확인 지뢰 지대가 있고, 북한과도 마주하고 있는 곳으로 조사에 앞서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투입 전 비상 상황 조치 예행연습, 안전 교육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5년 8월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 작전 투입 중이던 육군 부사관 2명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 사건에 비해 북한의 소행 여부 등을 단시간에 특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우리 군은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는데, 사건 발생 지점이 아군 철책 구간이었고 열상감시장비(TOD)로 감시가 가능했던 것이 빠른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당시 북한은 우리 군이 DMZ 내 수색 구간으로 들어가는 통문으로 몰래 접근해 통문의 앞뒤로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파악돼 고의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