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MDL 침범' 살피는 수색로 뚫다 지뢰 폭발…北 공작이면 파장 커진다
'MDL 국경화' 진행하는 北 지뢰 매설 의심 지역 조사 중 폭발 사고
합참, 북한 매설·아군 지뢰 폭발 등 모든 가능성 열고 합동조사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A) 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추정 사고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MDL 인근에서 남북 단절 조치인 '국경화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이번 사고 발생 지역과 가까운 곳에 지뢰를 매설하는 동향이 확인되면서, 이번 사고가 북한군의 공작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관측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남북이 군사적 대치까지 가는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22일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 군은 폭발한 물체가 남북 어느 쪽의 지뢰일지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발생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우선 사고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잔해 수거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해군 대령)은 이날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서부전선 MDL 인근에서 (북한군에 의한) '지형 변화'를 식별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유엔군사령부에 현장조사를 요청했으며 유엔사 현장조사는 다음 주 초로 예정돼 있었다"면서 "어제(21일) DMZ 작전은 유엔사의 현장조사를 실시하기 이전에 여건 조성을 위한 수색로 개척 작전이었다"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작전이 그간 우리 군이 수색 등에 활용하지 않은 '새 길'을 개척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해당 지점에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 우리 군도 100% 판단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작전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장 실장은 "작전 병력은 지뢰탐지기를 이용해 수색로 개척 작전을 진행 중이었고 작전 중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면서 "상황 발생 지점은 MDL 근접 지역이며 정확한 위치와 폭발 원인 등 구체적인 사항은 유엔사와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신속하게 현장 확인을 통해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육군 제25사단 수색대와 관할 공병대 10여 명은 전날 오전 DMZ에 진입해 신규 수색로 개척 작전에 들어갔다. 지뢰 추정 물체의 폭발은 오전 10시 50분쯤 발생했고 수색대대장(중령)을 비롯해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군 간부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중 대대장은 발목이 전달되는 등 중상을 입었으나 수술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지난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2024년 4월부터 MDL 일대에서 철책과 지뢰지대, 전술도로 등을 설치하는 국경화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공작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한 달 새 국경화 작업 과정에서 20회 넘게 MDL을 월선했고 이 중에는 무장 상태로 침범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우리 군의 이번 작전 지역 인근 MDL 남측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북한이 우리 군의 작전을 사전에 알았거나, 이를 대비해 지뢰를 살포 혹은 매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우리 군이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는 11년 전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 작전 중이던 육군 부사관 2명이 북한군이 몰래 매설한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등 중상을 입었다. 당시 합참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과 공동으로 합동 조사를 벌여 철제 용수철 등 폭발물 잔해를 분석해 지뢰가 북한군이 제작한 것임을 규명했다.
당시 북한은 우리 군이 DMZ 내 수색 구간으로 들어가는 통문으로 몰래 접근해, 통문의 앞뒤로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파악돼 고의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이 사태 수습을 위해 이뤄진 남북 간 긴급 협상에서 공작을 사실상 시인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군은 △북한군의 공작 차원의 지뢰 매설 △오래전 매설한 북한 측 지뢰 혹은 유실된 북한 지뢰 △오래전 매설한 아군 지뢰의 유실 및 폭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유엔사와 합동조사팀을 꾸려 폭발물 잔해를 수거하는 등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만일 이번 사건이 11년 전과 같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남북 간 정세는 180도 선회해 군사적 갈등까지 치닫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해당 지역이 오랜 기간 우리 측의 수색로로 활용되진 않았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 폭발물이 북한 측의 지뢰로 밝혀지더라도 북한이 공작을 시인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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