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무기 달려면 전력망 바꿔야…해군, 함정 '6.6kV 시대' 준비

기존 440V급으론 미래 고출력 장비 한계
전압 15배 높여 손실·케이블 중량 낮춘다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DDG, 8200톤급).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9 ⓒ 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해군이 미래 함정에 탑재될 고출력 장비의 전력 수요에 대비해 함정 전력망을 기존 440V급에서 6.6kV급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연구한다.

22일 군에 따르면 해군군수사령부 함정기술연구소는 최근 '함정 6.6kV 전력망 도입 대비 기술 확보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이다.

해군이 고전압 전력망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래 함정이 갈수록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함정은 440V급 저전압 배전계통을 중심으로 운용한다. 하지만 레이저 무기와 전자전 장비, 고성능 레이더·센서, 고전압 전기추진체계 등이 추가되면 기존 체계만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해군의 판단이다.

6.6kV는 440V보다 전압이 15배 높다. 같은 양의 전력을 보낸다고 단순화하면 필요한 전류는 그만큼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류가 줄어들면 전력 손실과 발열을 줄일 수 있고, 대용량 전력을 보내기 위해 무겁고 굵은 케이블을 계속 늘려야 하는 부담도 낮아진다. 공간과 무게가 제한된 군함에서는 상당한 장점이다.

해군은 이번 연구에서 고전압 적용에 따른 전력 전송 효율 향상과 전력 손실 저감, 케이블 중량 감소, 계통 안정성 향상 효과를 분석하기로 했다. 전기를 많이 먹는 무기를 잇달아 추가하면서 기존 '전깃줄'만 굵게 만드는 대신, 함정 전체 전력망의 체급 자체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에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과 미래 전투함도 포함된다. 해군은 이들 함정에서 통합전력체계(IPS)를 기반으로 고전압 배전 시스템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해 필요한 설계·운용·보호·안전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압이 높아지는 만큼 새로운 위험에 대한 대비도 진행한다. 해군은 절연 열화와 부분 방전, 지락·단락 고장, 아크사고 등 고전압 계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장 유형과 대응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태감시·고장예측 기술과 상태기반정비(CBM), 예지정비(PHM), 디지털트윈 기반 시험·교육훈련 환경 구축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고전압 전문 인력의 교육·인증체계도 다듬을 예정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술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단계로, KDDX에 6.6kV 전력망 적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해군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단기 1~3년, 중기 4~7년, 장기 8~15년으로 나눠 핵심기술 확보와 시험평가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