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미 투자로 갈등 해소 동력 살릴까…핵잠·전작권 진전 기대감
조현, 대미 투자 합의 맞춰 美 루비오와 회담…향후 한미 관계 논의
호르무즈 파병 피하고 핵잠·원자력 협정 개정·전작권 논의 진전에 주목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국의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최종 합의가 이르면 이번 주에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합의 직후엔 한미 외교장관이 워싱턴 D.C.에서 마주 앉을 전망이다. 대미 투자를 기점으로 한미가 미뤄진 현안인 핵추진잠수함 도입·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논의 등 한미 관계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15일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워싱턴 D.C.로 출국해 18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뉴스 플랫폼 포스(Forth)에 게재된 국무부의 '잠정 일정'에도 18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명시됐다.
아직 정확한 일정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한미는 18일쯤 3500억 달러(약 473조 원)의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외교장관은 대미 투자 이행에 따른 한미 관계 후속 조치를 집중 논의하면서 어색해진 관계를 푸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미 관계 '개선'의 핵심은 역시 대미 투자 계획의 확정·발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주 후반 미국을 방문해 1차 프로젝트 최종 합의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귀국했다. 김 장관을 비롯한 경제라인은 이번 주에도 미국과 화상 및 유선으로 협의를 지속해 왔다.
현재 약 223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대미 투자의 첫 프로젝트로, 미국 내에 8기의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이 후속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한미는 아직 최종 합의문 발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회담 일정에 대해서도 "아직 최종 조율 중"이라며 공식적으로는 구체적 날짜를 거론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두고 외교장관회담이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 발표 이후에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다렸던 대미 투자의 첫 프로젝트 합의가 잘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정부는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통칭 안보협의)에 다시 속도가 붙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련 내용이 합의된 데 따라 올해 1월부터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실제론 지난 6월에서야 첫 만남이 이뤄졌다. 그나마도 미국이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협의에 미온적으로 임하면서, 첫 만남 이후 두 번째 협의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당장 2차 안보협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도,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이 곧 안보협의를 재개하겠다는 공식적인 약속을 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한미 관계의 분위기 전환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논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전작권 전환은 국방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이뤄지지만, 미국이 한미 간 모든 현안을 연계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외교 분야에서의 성과가 국방 분야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다.
당장 한미 국방당국은 16~18일 부산에서 차관보급 협의체인 제29차 통합국방협의체(KIDD)를 열고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태세, 조선 협력 등을 논의한다. KIDD가 워싱턴 D.C.나 서울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측은 거제의 한화오션(042660)과 울산의 HD현대중공업(329180)의 조선소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KIDD도 표면적으로는 '협력'에 방점을 찍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한미의 불협화음이 번지지 않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관건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청와대는 오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파병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이 NSC에 참석한 뒤 출국할지, NSC 개최 전 출국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NSC에 참석한다면 NSC에서 정리된 정부 입장을 토대로 루비오 장관과 입장을 조율하는 수순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대미 투자 합의에 대한 미국 행정부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 및 반응 등을 토대로 파병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 외교장관회담 전까지 정부의 입장이 "파병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거나, 대미 투자에 따른 미국 측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지 않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회담에서 가장 첨예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측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이나 그에 준하는 '기여'를 원한다면 한미 관계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미국 측이 "파병 문제에 대한 한국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라는 메시지를 낸다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미국이 특정한 기여 방식이나 결정 시한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내더라도 한국의 운신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만남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유엔총회 개막 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오는 22~26일과 28일 뉴욕에서 개최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 장관이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 간 약식 대면을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미 투자 확정 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으로 출구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통령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대통령밖에 없다"며 "참모진의 보고로 한국 사정을 접하는 것과 이 대통령이 직접 만나 '우리 상황이 이러니 이해해 달라'고 설명하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라고 짚었다. 그는 대미 투자 성과가 구체화할수록 이 대통령이 한국의 기여를 근거로 국내 여론과 한반도 안보 여건을 설명하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서 미국의 이해를 구할 협상 공간도 넓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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