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잠 도입 진짜 관문은 美 상원…'의회의 벽'이 제일 높다

2015년부터 이어진 비확산 우려…현 외교위도 '우호적이지만 조건부'
"동맹 예외보다 통제 가능한 협력"…美 의회가 행정부 협상 범위에 영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26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정부가 국가 차원의 핵심 전력 획득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려면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뿐 아니라 미 의회, 특히 상원 외교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제언이 1일 나왔다.

한미 정상 간 합의에도 대미 투자 등이 얽혀 후속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 의회는 동맹에 대한 무조건적 배려보다 핵연료 관련 권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에 남길 '선례'를 우선 따질 것이란 진단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종연구소 학술지 '국가전략' 최신호(32권 3호)에 실린 '한미원자력협정과 미국 의회정치: 2015년 정책청문회 분석과 2026년 상원 외교위원회 현황' 논문에서 2015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때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청문회와 현재 외교위의 구성을 분석했다.

"동맹 신뢰와 민감 기술 허용은 별개"…2015년 청문회의 벽

서 교수는 "2015년 청문회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한국 신뢰'와 '기술 불신'의 병존"이라고 밝혔다. 당시 의원들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와 추가의정서를 이행하고 북한 핵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해 온 '신뢰할 만한 동맹'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처럼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에도 농축·재처리 가능성을 열어 준다면 다른 국가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비확산 정책의 일관성 문제로 본 것이다.

밥 코커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협정이 한국에 '청신호'를 준 것은 아니더라도 장래 재처리와 농축을 향한 '경로 표시'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에 예외를 허용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 등으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유사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서 교수는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는 현행 원자력 협정의 민수·상업적 이용에 관한 사안인 반면 핵추진잠수함은 군사적 원자력 이용에 해당하므로 미국법상 별도의 법적 트랙을 필요로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두 사안은 정치적으로 연계될 수 있지만 법적으로 동일한 재·개정 절차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원 외교위의 구도도 '우호적이지만 조건부'라는 평가다. 짐 리시 외교위원장은 협정 문구가 미국의 동의권을 약화하거나 포괄적 사전 동의로 읽히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서 교수의 진단이다. 피트 리케츠 동아시아·태평양·국제사이버정책 소위원장도 기술협력과 함께 통제 장치를 따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 교수는 "중국 견제를 중시하는 의원일수록 기술협력에는 우호적이지만 통제 장치가 약한 협력에는 신중해지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IAEA의 안전조치와 의회 보고 등 절차적 투명성을 중시할 것으로 봤다.

서 교수는 지난 3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한국의 핵잠과 확장억제 문제가 함께 다뤄진 점도 주목했다. 그는 미 의회의 질문이 2015년 '농축·재처리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 비확산 원칙과 충돌하는가'에서 이제는 '핵잠과 핵연료 문제를 확장억제와 비확산 체제 안에서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예외를 요구하거나 일본과의 형평성을 앞세우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가장 큰 위험은 재개정 요구를 '권리'의 담론으로만 제시하는 경우"라며 "'일본이 하니까 한국도 해야 한다'는 논리는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대만, 베트남 등 다른 국가의 요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美 동의권·국제 안전조치 결합한 '비확산 친화적 협력'으로 설득해야

서 교수는 핵연료에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한다는 방침과 미국 또는 다국적 체계를 통한 연료 공급, 사용 후 연료 반환이나 한미의 공동관리 등 핵물질 전용 방지 장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핵잠을 '핵무장'으로 가는 경로가 아니라 미국의 동의권과 국제 안전조치, 한미 연합방위 구조 안에서 관리되는 '제한적이고 통제 가능한 동맹 능력'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 교수는 미 의회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통상적인 협정은 90일 동안 상·하원이 불승인 공동결의를 채택하지 않으면 발효되고,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뒤집으려면 양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서다.

다만 서 교수는 "의회-행정부의 관계가 대외정책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에서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한 의회의 입장을 살피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의회의 실질적인 힘은 협정을 마지막 단계에서 부결하는 것보다 행정부가 한국과 협상할 수 있는 범위를 사전에 설정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한국의 전략은 '동맹 예외'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통제 가능한 동맹 협력'이어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 협정 재·개정의 관건은 한국이 얼마나 많은 권한을 확보하느냐가 아니라 미국 상원이 그것을 얼마나 통제 가능하고 비확산 친화적인 동맹 협력으로 수용하느냐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