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 북핵수석대표' 김건 "트럼프, 北 호응 없으면 압박으로 선회할 수도"

"유인책으로 대화 못 끌어내면 과거 '화염과 분노'식 압박 되살아날 가능성"
"美의 북핵 용인은 NPT 체제 붕괴 의미…미국 국익에도 심각한 손해"

(서울=뉴스1) 신성철 조윤형 기자 =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도 북한이 대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끊거나 유화책 대신 강경책을 택할 수 있다"고 최근 전망했다.

김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분노와 화염' 표현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에 나오지 않았을 때의 큰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북한에 인식시켜 대화로 끌어내야겠다'고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기 행정부 당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생산에 성공했다는 소식 등이 나오자, 북한이 위협을 멈추지 않으면 "이전에 결코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북한을 향한 최고 수위의 군사적 경고로 해석됐다.

다만 김 의원은 미국의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뉴스1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 2026.8.27./뉴스1

김 의원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면 국제사회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는 무너진다"며 "이는 미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인정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 유화 메시지를 내면서 비핵화가 목표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대 양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총비서와 대화를 성사시키는 게 목표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핵 보유를 인정하면 대화하겠다는 상황"이라며 "북한을 대화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 비핵화에 대해 최대한 언급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으로, 윤석열 정부 당시 북핵 수석대표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와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가 비핵화인지 여부는 뚜렷하게 답변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어떻게 보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정은 총비서하고 대화를 성사시키는 게 목표잖나. 그런데 지금 북한은 '핵 보유를 인정하면 내가 대화하겠다'는 상황이다. 미국은 비핵화를 얘기하면 대화에 안 나올 것 같으니까 그 말을 안 함으로써 북한을 나오게 하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입장이 한반도 비핵화에서 북핵 인정으로 바뀌었다는 확실한 소식도 없다.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하는 거다.

-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신호로 보는 우려도 많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이 용인하면 국제사회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순간 NPT 체제는 무너진다. 이는 미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일이다. '어 저러다 그냥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거 아니야?' 이런 우려를 우리가 하긴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안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양국 지도자 간 관계는 훌륭하다"고 담화를 냈다.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제가 북한하고 협상을 오래 했잖나. 북한이 협상에서 보이는 일관된 태도가 있다. 미국 카운터파트(상대방)한테 '북한은 전성기 타이거 우즈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었다. 전성기 타이거 우즈가 대회에 나가기 전에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어마어마한 보너스를 받고 경기에 나온다. 그런 것처럼 북한은 대화에 나오기 전에 대화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챙기고 나오려고 한다.

북한은 그런 협상 과정에 들어갔지만 상대방을 공격할 필요는 없는 거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하잖나. 이란과 전쟁할 때도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그냥 제거하고 베네수엘라에서는 남의 나라 정상 잡아 오고 이런 식으로 하는 분이다. 북한 역시 괜히 불가측성으로 빠져들 필요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좋다면서도 대화에 나오기 전에 도대체 얼마나 받고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북한이 이미 핵 능력을 고도화했고, 러시아와 군사 밀착을 이뤘기 때문에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협상력이 올라갔다기보다는 지금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가 급하거나 필요한 상황이 아닌 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꼭 대화하려고 그러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북한이 계속 호응을 안 하면 미국은 중간 선거까지 좀 노력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이 보인다.

하나는 다시 북한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릴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포지티브 방식(유인책), 즉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낼 수가 없다고 판단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다. 아니면 과거에 '분노와 화염' 그런 단계가 있었잖나. 그런 것처럼 '대화에 나오지 않았을 때 큰 대가를 북한이 인식하게 해서 대화를 끌어내야 되겠다'고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 북미대화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무엇을 지렛대로 목소리를 키워야 할까.

▶기본적으로 한미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일반적인 미국 행정부가 아니라서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정말 큰 도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외교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다른 나라에서 다 못 하는 것도 우리만은 해내기를 정부에 바란다.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극단적인 톱다운(하향식) 체제다. 모든 정책의 결정과 집행, 이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메시지에서 시작된다. 이런 경우는 장관이라든가 실무자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 최종 승부는 정상 간에 봐야 한다. 트럼프 1기 때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생각나는 이유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잘 맺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동맹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다. 우리가 이재명 정부에 기대하는 것도 그런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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