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문민 국방 장관' 퇴장…'계엄 청산' 주도했지만 '병적 기록' 발목

'국민의 군대' 재건 내세우며 취임…'내란 청산' 후속 조치 앞장서
KDDX·전작권·핵잠 등 국방과제 추진…복무 의혹·사관학교 통합 논란은 한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2회 광주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28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탄생한 문민 국방부 장관의 시대가 약 1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문민 장관으로서 국방 개혁과 체질 개선을 주도했지만, 병역 기록과 관련한 개인 신상 논란 등을 끝내 해소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남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25년 6월 23일 지명돼 이듬달 25일 공식 취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약 7개월 만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이었다. 당시 그는 계엄으로 어수선해진 군 내부를 수습할 적임자로 꼽혔다. '신상필벌'에 입각한 군 인사와 방첩사 해편 등 사후 조치는 물론, 군 문민화와 한미동맹 현대화 등 국방 과제를 해결할 카드로 평가받았다.

'국민의 군대' 재건 내세우며 취임…'내란 청산' 후속 조치 앞장서

안 장관은 20대 국회 초반 국토교통위원회 근무를 제외하면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위원회에서 보냈다. 이 때문에 여권 내 대표적인 국방·안보 전문가로 꼽혔다. 군 내부에서도 여당 출신 인사가 장관에 임명된다면 군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들어줄 안 장관이 적합하다는 기류가 한때 형성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전문가는 "군 출신이 아닌 민간 전문가의 장관 임명은 5공화국 출범 이후 최초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취임 후 안 장관은 '국민의 군대' 재건을 내걸고 개혁에 속도를 냈다. 인적 쇄신이 대표적이다. 그는 합동참모의장을 포함한 대장급 장성 7명 전원을 교체했다. 계엄 관여 지휘부와 이른바 '계엄 버스' 탑승자에 대한 인사 조치도 단행했다.

수사기관과 별개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4개 부대·기관의 장성 및 영관급 장교 860여 명을 조사한 뒤 징계 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계엄 핵심으로 지목된 국군방첩사령부의 방첩·보안·수사 기능은 국방방첩본부, 국방보안지원단, 안보수사단·사이버과학수사단으로 분산시켰다. 평양 무인기 사건 등에 연루된 드론작전사령부는 국방드론본부로 개편해 발전 업무 전담 기관으로 전환했다.

안 장관은 민간 공무원 임명 확대를 통한 '문민 통제' 기반도 다졌다. 인사기획관과 국방보좌관 등 군 출신이 독점하던 요직에 일반직 공무원 등 민간 인사를 전격 등용했다.

10년 넘게 난항을 겪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최종 사업자 선정도 매듭지으며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수립, 군 처우 개선 등 이재명 정부의 국방 과제 추진에도 발을 맞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3일 육군 5사단 GOP를 방문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13 ⓒ 뉴스1
복무 의혹 제대로 해소 못한 점은 한계…대비태세 약화 등 '불똥'도

그러나 임기 내내 안 장관을 따라다닌 '군무이탈' 의혹은 끝내 해소되지 않았다. 병무청 기록상 안 장관은 1983년 11월부터 1985년 8월까지 약 22개월간 육군 제35보병사단 방위병으로 복무했다. 당시 방위병 복무기간인 14개월보다 8개월이 더 긴 기간이다.

안 장관은 "복무 중 예비군 대상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가 조사를 받으며 미 출근 처리된 기간만큼 추가 복무한 것"이라며 병무 행정의 오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복무 연장 기간이 성균관대 복학 및 재학 기간과 겹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이는 군무이탈 및 탈영 의혹으로 이어졌다. 안 장관이 핵심 소명 자료인 병적기록표 제출을 끝내 거부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윤상용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이 아닌 민간 출신을 국방 수장 자리에 임명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크다"라면서도 "복무 의혹 등 개인 논란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국방 개혁의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가지 못한 채 동력을 잃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 역시 "국방의 의무에 민감한 국민 정서상 장관의 복무 이력이나 군에 대한 기본 소양이 소명되지 못한 점이 조직 통제 및 정책 추진에 악영향을 끼친 측면이 있다"라며 "이는 향후 문민 장관 인선 추진 과정에서 무게감 있게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 재임 기간 군 대비태세와 한미 간 현안 조율을 둘러싼 논란도 잇따랐다. 육군 부대의 '삼단봉 경계' 지침 논란과 최전방 부대의 '빈총 경계', 파주 훈련 중 미 무인기 오인 소동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는 정례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 야외 기동훈련(FTX) 규모를 조율하지 못하는 이례적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주한미군 F-16 전투기 10여 대가 오산기지에서 출격해 서해상에서 대규모 훈련을 펼치다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초유의 상황도 일어나 한미 간 공조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작권 전환 시점을 놓고도 한미 간 온도차가 노출됐다. 한국 측은 2026년 올해를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올해 안에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종 전환 조건 달성을 2029년 1분기 이전으로 하는 로드맵을 미 국방부(전쟁부)에 달성했음을 밝히며 이견을 보였다.

최근에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 및 정전협정 관리용 ‘통합 여단’ 창설 추진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엇박자를 냈다. 안 장관은 "창설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가능성을 부인했으나, 유엔사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논란이 누적된 상황에서 결정타가 된 것은 국군사관학교 통합 문제다. 국방부는 대전 자운대에 4년제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민관군 합동 자문위원회 및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이 제안한 '2+2 네트워크' 방식과 결을 달리했고, 여론 수렴 없이 기본계획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사관학교 총동창회를 비롯한 군 안팎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육사는) 쿠데타를 3번이나 했던 중심"이라는 발언까지 더해지며 사관학교 통합이 미래 장교 양성이 아닌 정치적 보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냐는 화살은 추진 주체인 안 장관에게 집중됐다.

한편, 대통령실은 30일 오후 국방부를 비롯한 6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지명 등 인선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2번째이자 52대 국방부 장관 자리인 여기엔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가 지명됐다.

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및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식 임명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