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D&A 비위로 입찰제한 불가피…방산사업 일부 공백 우려
방사청 수뢰 직원 참여한 사업 4건 중 LIG가 3건 수주…"비위 연관 개연성"
한화도 폭발사고로 일부 사업 입찰 제한 예상…"과징금 등 정책적 판단"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방위사업청이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079550) 비위 사건의 범죄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향후 다른 사업에 있어 입찰참가 제한을 두는 것을 원칙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주요 사업에서 LIG D&A와 경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까지 폭발 사고로 인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일부 무기체계 사업의 국내 경쟁구도가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2015년 실무급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 이후 11년 만에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재임하던 기간에 일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기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앞서 수원지방검찰청은 무기체계 개발사업 입찰 과정에서 LIG D&A 측으로부터 수억 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받은 혐의로 방사청 소속 사무관을 구속기소했다. 해당 직원은 사업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하고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LIG D&A 관계자도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LIG 관련 14개 사업을 방사청이 자체 점검한 결과 해당 직원은 4개 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했고, 이 가운데 LIG가 3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3건의 경우 인과관계가 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이 직원의 점수 때문에 당락이 결정됐는지는 1·2순위 간 점수 차이와 해당 직원이 부여한 점수 편차 등을 따져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아직 검찰로부터 공소장과 범죄일람표를 확보하지 못해 정확한 범죄 사실과 연관 사업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비위 연관 가능성이 제기된 전자전기 사업의 경우 해당 직원이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LIG에 대한 제재는 뇌물을 건넨 관계자의 법적 지위 등에 따라 방위사업법 또는 국가계약법을 적용해 결정할 예정이다.
업체 대표나 임원이 청렴서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방위사업법에 따라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입찰참가 제한이 가능하고, 이를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없다.
반면 뇌물 공여자가 법률상 임원이 아닌 직원으로 판단되면 국가계약법을 적용할 수 있다. 국가계약법도 입찰참가 제한을 원칙으로 내세우지만, 그로 인해 유효한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국가에 큰 손실이 예상되면 과징금으로 제재를 갈음하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입찰참가 제한을 원칙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다만 국가계약법이 적용되는 경우 입찰참가 제한을 할지 과징금으로 할지는 현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방사청이 고민하는 변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진 사고로 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관계자들이 향후 기소될 경우 역시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 제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LIG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도무기 등 상당수 방산사업에서 경쟁하는 구조여서 양사가 동시에 입찰참가 제한을 받으면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 사업이 생길 수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둘 모두 입찰참가 제한 상태가 되면 누구와도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라며 "둘 모두 과징금으로 갈지, 하나만 과징금으로 할지, 아니면 일정 기간 국외구매를 하거나 사업을 미룰지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느 한 업체에만 과징금을 적용하면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문제도 있다"라며 "아직 기본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정책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LIG가 이미 수주한 사업도 범죄와의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계약 해제·해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이행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하고 이미 지급된 비용을 회수한 뒤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사업이 70~80%까지 진행된 상태라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전력화가 수년 늦어질 수 있어 방사청은 사업별 진행률과 국가적 손실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방사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안서 평가 방식도 손질했다.
기존에는 내부 직원 가운데 평가위원 참여 희망자를 중심으로 후보군을 구성했지만 올해부터는 희망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군에서 5배수를 무작위 추출한 뒤 청장이 다시 무작위로 위원과 예비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선정된 직원은 출장·병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없으면 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지난 7월에는 특정 평가위원의 편향된 점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뒤 나머지 점수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관련 규정도 개정했다.
이 청장은 LIG 사건이 방사청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지금까지 수사의 흐름상 우리 직원 가운데 구속된 직원 한 명밖에 없는 상태이고 다른 직원의 관여가 밝혀진 것은 없어 개인 일탈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개인 일탈이라고 해서 방사청의 책임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그러면서 "당연히 관리를 잘 했어야 했고, 시스템적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하는 게 옳았다"라며 "이번 계기에 틈을 철저하게 틀어막는 노력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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