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핵전략, '전술핵' 아닌 '핵사용 문턱' 낮추기?…韓엔 더 나은 시나리오

콜비, 전술핵 확대·재배치 가능성 일축하되, 핵무기 사용 '문턱'은 낮춰
美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및 인근 배치 더 빈번해질 가능성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국방부) 정책차관.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국방부) 정책차관이 최근 미 핵전략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의 구상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핵무기의 사용 문턱을 낮춘다는 구상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한국 안보에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14일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동남아시아 순방 중인 콜비 차관은 지난 13일 태국 방콕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의 새 핵전략이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사용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여러 언론 보도에 대해 "약간의 오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구급 핵무기(전술핵)에 대한 초점을 강화하거나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라며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사거리, 발사 위치보다 '핵 문턱'을 넘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라고 부연했다.

통상 핵무기는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의 핵무기로 파괴력을 과시해 전황을 바꾸거나(게임 체인저) 전쟁을 억제하는 성격의 '전략핵'과 적 부대나 기지 등 제한된 범위를 제압하는 실전용 성격의 '전술핵'으로 구분한다. 100% 부합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전략핵은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큰 핵무기'를, 전술핵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작은 핵무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콜비 차관의 이날 발언은 이달 초 자신의 발언에 대한 일종의 해명이자 부연 설명이다.

미국의 국방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콜비 차관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전략사령부(STARTCOM) 확장억제 심포지엄 비공개 연설에서 소형 전술핵무기에 대한 관심 확대와 지역에서의 전쟁 문제를 거론하며 '합리적 핵옵션'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NBC 방송도 지난 5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중국·러시아 지역 분쟁에 대비해 전술핵무기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핵전략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 등 주요 동맹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 경쟁국 혹은 적대국을 견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콜비 "중요한 것은 사거리·위치 아니라 '핵 문턱'을 넘는 행위와 효과"

하지만 콜비 차관은 이날 "언론 보도에 오류가 있다"라며 전술핵의 활용도를 확대하는 것이 현재 고민 중인 핵전략 검토의 기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그는 현재의 검토 수준이 '좁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정식 핵태세검토(NPR)는 아니라고 설명하며 미국이 현재 마주한 정세 중 잠재적으로 핵무기 사용이 필요할 수도 있는 현안 관련된 논의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견제나,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한 견제 및 유사시 직접 압박을 위해 전략핵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낮추는 차원의 핵전략 수정을 추진하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장기간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핵능력을 완전히 뺏지 못했다. 아울러 중국은 최근 핵탄두 보유 수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고, 러시아와 맺은 핵 군축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도 올해 2월 만료돼 핵 군축의 저지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속에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당초 콜비 차관의 발언이 '미국의 전술핵 확대'로 해석됐을 때는 한국이 얻을 이익과 손실이 명확했다. 안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미국의 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제각기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할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엄청난 반발과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콜비 차관이 직접 나서 '전술핵 전략 확장'을 부인하면서 미국의 전략핵 운용을 더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한국의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을 손실보다 훨씬 더 커지게 하는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핵무기 사용 조건의 문턱을 낮춘다면 북한 등 한국에 직접 위협을 가하는 세력을 억지하는 힘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무력 도발의 강도나 국방력 강화 기조를 지금과 똑같이 유지해도 미국의 핵무기 사용 기준 완화에 따라 핵 공습을 받을 가능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핵무기가 직접 한반도에 반입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비해 한국이 치를 외교적 대가에 대한 부담도 적어진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에 전개하는 핵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의 전략자산 자체를 늘리거나, 전개 빈도를 늘리는 것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는 지상에서 운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바다에서 발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나 핵항모, 공중에서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B-2 전략폭격기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아울러 미국은 핵무기 운용을 미국과 동맹국의 실질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핵전략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도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해외 주둔 미군의 운용 및 배치를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국이 느낄 수 있는 불안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