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잘 마는 北여성 40명 고용하세요"…러 구인시장에 뜬 공고

하루 11시간·월 26~28일 근무…"임금 75~90%는 北 당국 몫"
NK뉴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력난에 北 노동자 수요 커져"

서울의 한 김밥 전문점 입간판. 2026.4.17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김밥을 잘 만드는 성실한 북한 여성 40명을 한꺼번에 고용할 수 있다는 러시아 인력업체의 광고가 등장했다. 단, 40명을 반드시 한 팀으로 고용해야 하며 여러 사업장에 나눠 배치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의 노동력 수요와 북한의 '외화 벌이' 수요가 겹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13일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인력업체 '원더풀 임플로이어(Wonderful Employer)'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비토(Avito)에 북한 여성 노동자 40명으로 구성된 작업조를 모스크바 지역 사업장에 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고를 올렸다.

업체는 이 여성들이 요리 솜씨가 뛰어나며 특히 김밥을 만드는 데 능숙하다고 소개했다. 식당은 물론 컨베이어 생산라인과 섬유공장, 농업시설 등에도 투입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40명 한 조'라는 고용 조건이다. 업체는 노동자들이 '대단히 성실하다'면서도 작업조를 여러 사업장이나 업무에 나눠 배치할 수 없으며 전체를 함께 고용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 조건으로 명시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세종연구소의 피터 워드는 NK뉴스에 이 같은 조건에 대해 노동자들의 이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이들을 한 고용주와 한 작업장에 묶어두려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노동 강도도 상당하다. 공고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11시간씩 한 달에 최소 26∼28일 근무할 수 있다고 한다. 업체가 제시한 고용 단가는 1인당 시간당 480루블(약 82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노동자 한 명의 명목상 월급은 1716∼1848달러(약 243만∼262만 원)에 이른다.

북한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임금이지만, 노동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극히 일부일 것으로 보인다. 피터 워드는 NK뉴스에 "중개업자와 당국자, (북한) 중앙정부가 임금의 75∼90%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NK뉴스가 운영하는 북한에 대한 심화 분석 사이트인 NK프로는 지난해 항공료와 비자, 보험, 중개 수수료 등을 합치면 북한 노동자 1인당 조달 비용이 2300달러(약 325만 원)를 넘는다고 분석했는데, 최근에는 북한 인력 공급이 늘면서 비용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도 추정된다.

'캐피털 인베스트 트레이드'(Capital Invest Trade)라는 또 다른 인력업체도 아비토에서 건설현장과 창고, 제조업에 투입할 북한 노동자를 시간당 약 12달러(약 1만 6980원)에 공급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모스크바 인근의 한 만두공장에서 다수의 북한 여성이 일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러시아 서부의 섬유공장과 농업시설, 전자상거래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센터에서도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시장 진출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헤드헌터(HeadHunter)·슈퍼잡(SuperJob) 등 러시아 구인 사이트에서는 북한식 한국어에 익숙한 러시아인 통역사를 찾는 공고도 늘고 있다. 슈퍼잡의 한 공고는 '러시아판 아마존' 전자상거래업체 와일드베리스(Wildberries)의 보로네시·크라스노다르 물류시설에서 북한 여성 포장 노동자들과 함께 일할 통역사를 모집했다.

북한 노동자에 대한 러시아의 수요가 커진 배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력난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정부가 전통적인 이주노동자 공급처인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의 유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과, 북러 밀착의 심화도 북한 인력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이다. 안보리는 2017년 9월 채택한 결의를 통해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에게 신규 노동허가를 내주지 못하도록 했고, 같은 해 12월 채택된 결의는 기존 해외 북한 노동자도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규정했다.

러시아는 '교육비자'를 제재의 우회로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 주민에게 발급한 교육비자는 약 3만 6000건에 달한다. NK뉴스는 북한 노동자들을 학생 신분으로 입국시킨 뒤 산업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