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술핵 재배치 실익은…대북억제엔 플러스, 외교엔 마이너스
중국 견제하는 美·북한 견제하는 韓 이해관계 합치 지점 있어
'제2의 THADD 사태'로 외교적 파장 커…북한의 극한 반발도 우려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러시아에 대한 견제 강화를 위해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활용도를 높이는 새 핵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와 일본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도 9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득과 실'이 분명한 조치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전략 수정으로 한반도 내에 전술핵이 재배치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에 대응하는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외교적으로는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DD) 배치 때와 같이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인 '외교적 보복'을 받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에 반대하는 북한의 도발 공세가 강화해 안보 위협 요인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미국의 국방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전략사령부(STARTCOM) 확장억제 심포지엄 비공개 연설에서 소형 전술핵무기에 대한 관심 확대와 지역에서의 전쟁 문제를 거론하며 '합리적 핵옵션'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콜비 차관은 '합리적 핵옵션'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간 '전략핵' 중심의 핵교리를 추구해 온 미국이 전술핵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경우 동맹국에 주둔하는 군대에 전술핵 배치해 '빠르고 정확한' 전술핵 타격 전략을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미국 NBC 방송도 지난 5일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중국·러시아 지역 분쟁에 대비해 전술핵무기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핵전략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전략핵이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의 핵무기로 파괴력을 과시해 전황을 바꾸거나 전쟁을 억제하는 성격의 무기라면, 전술핵은 적 부대나 기지 등 제한된 범위를 제압하는 실전용 성격이 강하다. 전술핵은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특정 전장의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핵무기 보유국이 이를 실전 전략에 적극 반영할 경우 유사시 각국의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간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B-2와 B-52 등 전략 폭격기를 활용한 전략핵 중심의 핵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여기엔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 본토가 공격당한 것에 상응하는 '핵우산'을 제공하는 원칙(확장억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콜비 차관은 사용 조건이 까다로운 전략핵보다 실제 실전에서 사용이 용이한 전술핵을 통한 억지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견지해 온 '전술핵 강화론자'로 꼽힌다. 그는 해외 주둔군의 활동 폭을 넓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제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026 국방전략'(NDS) 수립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입을 통해서 새로운 전략 수립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상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콜비 차관이 견지해 온 전술핵 강화론이 채택돼 미국의 새 핵전략에 반영된다면 중국, 러시아와 접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 지형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수백㎞에 해당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전술핵 투발 수단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한국은 중국을 겨냥하는 전술핵 배치의 주요 후보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에도 상당 기간 전술핵이 배치된 적이 있었다. 미국은 1958년부터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해 운용했다. 1960년대까지 950여 기가 한반도에 배치됐다가 1970년대 600여 기로 감축됐고 다시 1990년대 100기로 축소됐다.
한국에서 미국의 전술핵이 모두 철수한 시점은 1991년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북한과 남북기본합의를 체결하고 이어 한반도 내 핵무기 시험·제조·저장·보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핵을 모두 철수했다.
전술핵 철수 이후 수립된 한반도에 대한 미국 정부는 핵교리가 '핵우산'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증가할 때마다 미국이 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항공모함이나 폭격기를 한반도에 빠르게 전개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핵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위력시위이기도 하다.
군사적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갖는 이점은 선명하다. 북한이 지난 3~4년간 핵 역량을 계속 고도화하고, 최근엔 전방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면서 대남 핵위협을 노골화한 상황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보다 강한 대북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여기에 최근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8700톤급 핵추진잠수함 건조, 수중·해상 미사일 투발 수단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대만 및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장을 꾀하는 중국도 핵 역량과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제에서 대중 견제로 확장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콜비 차관이 언급한 새로운 핵전략은 이같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차원이자,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위해 동맹의 역할을 더 압박하겠다는 차원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 동시에 한국의 안보 능력도 물리적이고 가시적으로 돕는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최근 북한이 신형 구축함 강건함과 최현함을 건조하면서 해상 핵무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에 대응하는 수단이 필요한 입장이고, 전술핵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외교적로는 큰 부담이 따른다. 한국의 인접국인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고, 북한의 반발성 도발과 북한의 우군 러시아로부터의 압박도 강화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미사일의 경북 성주 배치가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의 경제적 보복 조치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와 외교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
현재로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화하기 위해선 양국 정상의 합의부터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배치 및 운용을 위한 협정과 새 기지 배치 등 넘어야 할 산이 크고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의 한미가 어떤 방식으로 핵무기의 한반도 배치 명분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라고 공언한 만큼, 미국이 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한미 간에 첨예한 협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 '장보고 N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핵무기의 반입, 제조 또는 획득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비확산 원칙을 강조했고, 제정 과정에 있는 핵추진잠수함의 획득·운영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에도 이같은 원칙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의 '비확산' 기조가 여전히 강해 미국이 동맹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경우 미국 내에서부터 강경한 반대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면 유사시 '집중 타격'으로 무용화할 가능성이 커 전략적 가치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 나와 "북한의 입장에선 전쟁이 나면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먼저 타격하려 들 것"이라며 "한반도의 경우 주요 무기의 배치 지점도 이제 노출되기 쉽고, 미국도 그 리스크를 알기 때문에 실제로 전술핵이 배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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