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글로벌 사우스 원전 외교 강화…한국 원전 수주 경쟁 '변수'

KIEP "글로벌 사우스 중심으로 원전 시장 재편"…선두에 선 러시아
건설·핵연료·인력양성 묶은 '패키지 전략'…"한국도 맞춤형 대응 필요"

1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에네르호다르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전경. 2023.06.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신규 원전 건설 시장의 중심이 '글로벌 사우스'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원전 신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한국도 글로벌 사우스 국가별 수요에 맞춘 전략을 마련해야 원전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 세계 원전 중 76%가 글로벌 사우스…시장 공략 나선 러시아

8일 대외경제연구원(KIEP)이 발표한 '러시아의 글로벌 사우스 원자력 외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전 세계 원전 77기의 76.6%에 달하는 59기가 중국, 인도 이집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세워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2030년 중국이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50%를 차지하고,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도 각각 6.4%, 5.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시장 재편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현재 전 세계에 건설 중인 77기의 원전 중 중국과 러시아 설계 모델이 도입된 원전은 62기로 전체의 80.5%에 달한다.

다만 중국은 34기 중 33기를 자국 내에서 건설하는 반면 러시아는 28기의 원전 중 20기를 해외에 짓고 있다. 대규모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원전 수출과 장기 협력 패키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속 확대하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세계 4위의 우라늄 매장량과 세계 6위의 생산량, 세계적인 원자력 기술·수출 역량을 갖춘 원자력 강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통적 에너지 수출이 제약을 받자 원자력을 수출시장 다변화와 대외협력 확대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러·우 전쟁 이후 석유·가스 중심의 전통적인 에너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원전 시장이 신흥국·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이동하자 러시아는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인식했다"고 해석했다 .

러시아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대상으로 양·다자 협력을 통해 원전 수출과 원자력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가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협력 모델'을 구축해 원자력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원전 건설·핵연료·인력양성 등을 묶은 '패키지형 원자력 외교'를 적극 활용중이다. 러시아는 국영원자력공사 로사톰 주도로 브릭스(BRICS) 원자력 플랫폼을 설립해 글로벌 사우스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다자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시킨 상태다.

양자 협력 강화하는 러시아…원전 생태계 구축
이란 부셰르 원전 시설. 2025. 06. 20 ⓒ 로이터=뉴스1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양자' 원전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인도 등 기존 협력국과 대형 원전 및 차세대 원자력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규 원전 시장에는 소형모듈식원자로(SMR)와 부유식 원전을 연계한 맞춤형 협력을 확대하며 아시아 시장을 공략중이다.

러시아는 방글라데시 최초 원전인 루푸르 원전 1·2호기를 건설 중이며, 핵연료 공급과 기술 지원 등을 포함한 전 주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인도네시아·몽골 등 대형 원전 도입이 어려운 국가를 대상으로는 SMR과 부유식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큰 구소련권(CIS)에서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과 추가 원전 건설을 통해 원전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대형 원전과 SMR·중형 원전을 결합한 맞춤형 모델로 신규 원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중남미에서는 여러 대형 원전 사업을 수주해 건설 중이다. 튀르키예에서는 건설·소유·운영(BOO) 방식으로 튀르키예 최초 원전인 아쿠유 원전을 짓고 있고, 이집트 최초원전인 엘디바 원전 4기도 러시아가 수주했다.

연구진은 "AI·데이터센터, 반도체, 첨단 제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력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발전원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전력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되고 있다"며 원전 경쟁이 단순 기술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연구진은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러시아의 '원자력 외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원자력을 매개로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에서 한국 기업이 2차 측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처럼 원전 가치사슬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를 발굴해 다양한 방식의 해외 원전 사업 참여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변화하는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 맞춰 수요 확대시장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원전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별 맞춤형 해외 원전 사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한국은 변화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 대응해 국가별 맞춤형 해외 원전 사업 전략을 마련하고, 확대되는 SMR 시장 선점을 위한 실증과 사업화를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