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전략, 단거리 전술핵 위주로 개편 검토…한반도 안보 영향은
'트럼프 안보책사' 콜비 美 차관 주도 전술핵 중심 전략 개편 검토
남북 비핵화 선언에 美 전술핵 철수…"북중러 군사 압박이 변수"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해 단거리 전술핵무기 활용을 강조하는 새 핵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전술핵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은 5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중국·러시아 지역 분쟁에 대비해 전술핵무기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핵전략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주도하는 이번 새 핵전략 수립 초안에는 장거리 전략 미사일보다 단거리 전술핵무기 의존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략핵은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의 핵무기라면, 전술핵은 적 부대나 기지 등 제한된 범위를 제압하는 목적의 무기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NBC에 "신뢰할 수 있는 핵 옵션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며 단거리 전술 핵무기 활용도를 높이는 새 전략이 역내외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콜비 차관은 이날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전략사령부를 방문해 비공개 행사에서 새로 설계한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사령부는 미국 핵전력 운용, 전략적 억제 등을 총괄하는 사령부로,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동맹국에 확장억제 능력을 제공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앞서 한반도에는 1958년부터 주한미군이 전술핵무기를 반입해 운용했다. 주한미군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남북기본합의에 이은 한반도 내 핵무기 시험·제조·저장·보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국내 반입한 전술핵을 모두 철수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 고도화 등에 따라 자체 핵무장 주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8700톤급 핵추진잠수함 건조, 수중·해상 미사일 투발 수단 강화에 나서고 있고, 중국도 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전술핵을 활용한 '턱밑 견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콜비 차관은 오랫동안 사용 가능성이 낮은 전략핵보다 실제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을 통한 억지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026 국방전략'(NDS) 수립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새 전략이 채택된다면 중국, 러시아와 접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 지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기획 초기단계에서 콜비 차관이 중국, 러시아를 향해 선언적 메시지를 내고 이후 정세 변화를 지켜보면서 실제 수립까지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미국의 새 핵전략 검토는) 미국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과 대외 팽창을 경계하고 있다는 한 단면이자, 북한의 핵실험과 투발 수단 강화는 사실상 남북한의 비핵화 공동선언의 사문화 상황을 보여준다"면서 "북·중·러의 군사적 압박이 더 커지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이 그간의 한계를 넘어서 동북아 전술핵 재배치까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사무총장은 "다만 기획 초기 단계에서 수사적인 압박을 보이며 태도 변화 여부를 지켜보고 그럼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다음 단계, 전술핵 재배치를 현실화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의 핵전력 정책과 방향 문제를 다루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관련해 긴밀히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콜비 차관 주도로 이뤄지는 핵전략 문제에 대해 논의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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