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7만 불발탄 쏟아진다…폭발물 처리 체계 고도화해야

韓, 인력에 의존해 폭발물 처리…센서·AI 통합한 해외 사례 도입해야
한반도 기후, 집중호우·동토로 처리에 제약…시험 평가 체계 필요성 제기

대테러대응훈련을 하고 있는 군.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생 시 불발탄을 포함해 수만~수십만 발의 전쟁 잔류폭발물(ERW)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드론·AI 기반의 통합 대응 체계 구축과 한반도 지형·기후에 최적화된 장비 검증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5일 나왔다.

김병주·박기성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작성한 '전쟁 잔류폭발물 처리 체계 발전을 위한 제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남북 모두 상당한 양의 재래식 무기를 보유한 탓에 대규모 ERW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가 2020년 발간한 전면전 시 휴전선 인근 포격 시나리오로 추정해 보면, 전면전 상황에서 북한군은 DMZ 및 수도권 인근 약 73제곱킬로미터(km²) 범위에 240㎜ 장사정포, 122㎜ 다연장포, 152㎜ 포 등 약 5700문의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1시간 동안 약 38만 발의 포탄이 투하될 것으로 보이는데,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불발탄 비율이 약 25%였다는 점을 고려해 불발탄 비율을 20% 수준으로 가정하면 해당 지역엔 7만 6000발 이상의 불발탄이 발생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보고서는 "전면전이 장기화할 경우 수도권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수십만~수백만 발의 ERW에 의한 오염이 발생할 것"이라며 "포탄 외의 항공탄, 미사일, 수류탄 등에 의한 불발탄, 유기탄 등 다양한 형태의 ERW를 고려하면 오염 규모와 복합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대규모 ERW 오염 발생 시, 해발 400m 이상의 산지가 전 국토의 80%에 육박하는 한반도의 특성상 완전한 처리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또 한국은 여름철에 일년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토양 침식이 활발하고, 겨울엔 평균 기온이 영하권이라 땅이 얼기 때문에 실질적인 ERW 처리 가능 기간은 연중 6개월, 길게 봐도 8개월 수준이라 짧은 기간 내 효율적으로 ERW를 제거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한국의 폭발물 처리는 군과 경찰이 각각 운용하는 폭발물처리반(EOD)이 '탐지–식별–무력화'라는 3단계를 거쳐 진행한다. 최근엔 EOD 로봇 및 유인 장애물개척전차, 원격 조종식 지뢰제거 무인 차량 등을 활용해 ERW를 제거하는 등 대응 기술도 발전하는 추세다.

하지만 보고서는 여러 신기술에 따른 장비들도 아직 근접 영역에서만 폭발물 탐지가 가능하고 단계별 정보 연계가 통합되지 않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체계는 평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ERW를 처리할 땐 문제가 없지만, 대규모 ERW 오염 상황에선 효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 군이 전쟁 직후 등 전방위적인 ERW 오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ERW 대응 체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하고 한반도 전용 검증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RW 처리를 위해 위성 및 드론, 지형 정보 등을 클라우드에서 통합 분석하고, 인공지능(AI)이 고위험 지역을 예측해 현장 투입 순위를 결정해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는 통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 기후에서도 로봇이 잘 기동하고 센서 등 장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시험 평가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보스니아 등에서 최신 기술을 습득한 '국제 인도주의 지뢰 제거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해 우리 군의 대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과 한반도에서 축적한 운용 경험을 국제 사회에 공유, 양방향으로 협력해 우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각 장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통합 체계는 아직 우리 군에서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며 "ERW 처리 전 과정을 통합하는 체계 구축을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해외에서 검증된 기술을 한반도에서 실전 시험 평가해 최적화된 장비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