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부터 구축함까지 파견 거론…韓, 호르무즈서 어떤 임무 할 수 있나

호르무즈 위기에 해상초계기·소해함 등 다양한 자산 파견 검토
실제 파병까지는 국회 검토 등도 고려해야…'대미 메시지' 차원도

오만 무산담 해안에서 포착된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해협의 안정을 위한 정부의 파병 관련 검토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반복되자 파병에 신중을 기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뢰 제거가 주 임무인 소해함 등 함정뿐만 아니라 경계 및 감시 임무를 담당하는 P-8A 해상초계기까지 파견 가능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정부는 중동 전쟁 발발 후 미국의 '지원' 요청과, 영국·프랑스 등 에너지 안보에 있어 호르무즈 해협에 큰 이해가 얽힌 국가들로부터 다국적군 참여 요구 등을 받자 4단계로 지원 방안을 나눠 중동 정세 변화에 맞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정부는 △지지 표명(1단계) △인력 파견(2단계) △정보 공유(3단계) △파병 등 군사적 지원(4단계)으로 상황에 따른 정부의 지원 방식을 세분화했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파병은 4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무력 충돌이 끝난 뒤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장 높은 수위의 대응으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축함 파견하면 상선 보호 임무 가능·소해함은 기뢰 제거·초계기는 정찰 및 정보 수집

파견 대상이 될 수 있는 전력으로는 수송선 등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구축함이나 기뢰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소해함, 공중 정찰 및 정보 수집이 가능한 해상 초계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축함이 파견될 경우 현재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급(DDH-Ⅱ) 구축함 '왕건함'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역 일대의 해적들로부터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을 순환 배치해 운용하고 있는데, 지난 6월 대조영함과 임무를 교대한 왕건함은 127㎜ 함포, 24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등을 갖추고 있다. 자폭 드론 등에 대비한 30㎜ 기관포 등 대드론 방호 체계도 대폭 보강된 전투함에 해당한다.

구축함은 이처럼 강력한 공·수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란 정부와 갈등하는 혁명수비대나, 친(親)이란 세력인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병 대상 중 하나로 상정돼 있다.

하지만 자칫 호르무즈 해협이 완연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축함이 투입될 경우 미국과 이란, 혹은 다른 중동 국가들 간의 무력 충돌에 직접 연루되거나, 우리 구축함이 치명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구축함의 파견에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강경급(450톤급), 양양급(730톤) 소해함이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 소해함은 적의 항구 등에서 함수추진기, 해저 로봇 등을 사용해 기뢰를 찾아낸 뒤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곳곳에 설치된 기뢰 제거를 위해 많은 소해함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해함은 최대 속력이 시속 28㎞에 불과해 파병 시 1만㎞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중동까지 장거리 이동이 쉽지 않고 군수 지원함 등을 부가 전력을 동반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다국적군이 상선 호위 임무 등을 수행할 때 공중에서 감시 및 정찰 지원을 할 수 있는 P-8A 해상초계기의 투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P8 초계기는 2019년 미국이 주도했던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호주가 파견한 전력이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해상초계기는 우리 군이 동해 등에서 상시 운용 중이라는 점에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전 효율성이 높고, 우리 전력이 불필요한 무력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을 가장 작게 만드는 전력이지만, 중동에서의 작전을 위해서는 이 초계기가 머물 수 있는 기지나 항공모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더 밀접한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군 전력의 중동 파견은 국회 동의가 필수적인 데다, 중동 현지 정세 변화에 따라 파악해야 할 변수도 많아 실제 이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대한 공격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중동 사태가 종전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하루 만에 정세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이 자주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민감한 국내 정치 문제와 연계될 수 있는 파병 문제를 숨기지 않고 비교적 능동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두고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동맹의 기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에게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 문제로 비화한 쿠팡 문제, 미 정가에서 한국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불만이 제기된 대미 투자 문제를 의식해 미국에게 '협조적인 동맹'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