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근무지원단은 어쩌다 '악습' 집합소가 됐나[한반도 GPS]

군별 '칸막이' 없애길 기대하며 전군 모았지만 오히려 악습 고착화해
가해자 색출 못지않게 악습 끊어낼 고리 찾는 것도 필수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국방부 깃발.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선진 병영'을 지향하는 군 내부에서 최근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가 한데 모여 있는 국방부 직할 부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계근단) 군사경찰대대에서 선임 병사들이 후임을 상대로 상습적인 가혹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폭언과 폭행은 물론, 교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잠을 재우지 않거나 군복을 커터 칼로 찢어버리는 등 괴롭힘의 종류도 다양했다고 합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계근단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마치 각 군의 악습이 모여 다른 군으로 전파·공유되며 새로운 악습이 파생된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당초 계근단은 1998년 중복 예산을 절감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 군의 지원 조직을 통합해 출범했습니다. 각 군의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로, 서로 다른 군 출신의 병사들이 통합 생활관에서 함께 지내는 방식으로 운영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론화한 계근단의 모습은 이 같은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각 군의 우수한 문화를 공유하며 선진 병영의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대대로 전해지던 부조리와 악습이 한 울타리 안에서 확산하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근절돼야 할 관행이 한 공간에서 공유되면서 선후임 간 부당한 위계질서는 한층 단단해졌고, 부조리에 저항하거나 이를 고발하기 어려운 폐쇄적 분위기가 더욱 깊게 형성됐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혹 행위들이 군에서 자취를 감추어가던 '쌍팔년도'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세밀하게 관리·감독하지 못한 부대 간부들의 대응 역시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격무에 치이는 간부들이 병사들의 일과 이후 삶까지 24시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보안에 민감한 군 특성상 가혹 행위가 있어도 증거 수집 및 공론화가 민간보다 제한된다는 점을 좀 더 명심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랬다면 최소한 가해자로 지목된 병사에게 '병영 문화 개선상'을 수여하거나 징계가 끝나자마자 다시 후임들 곁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막았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부조리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대대적인 감사가 추진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관련자 처벌에만 중점을 둔 일회성 감사라면 '악습의 집합소'로 변질된 구조적 관행을 뿌리뽑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방부 직할부대 내 병영 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점검과 함께, 군 간 악습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정밀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