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로 군복 찢고 식고문…軍 가혹행위 근절 여전히 멀었다(종합)
수면 방해·성추행 등 괴롭힘…여러 가혹행위 사건 한 부대서 발생
국방부, 장관 지시로 자체 감사 착수…"사안의 엄중함 고려"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국방부 직할부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계근단) 군사경찰대대에서 선후임 간 가혹행위 의혹이 발생해 군이 민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방부는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 관련 사안의 부실 관리 의혹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별도로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29일 "안규백 장관이 최근 발생한 계근단 가혹행위 의혹과 관련해 사안의 엄중함과 객관성을 고려, 감사관실에 감사를 지시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근단은 지난 23일 해병대 소속 병사 2명이 후임병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제보를 접수한 뒤 민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번 사건에 민간의 수사 대상인 성범죄 관련 의혹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으로 이첩했다.
가해 병사들은 후임병들에게 폭행과 욕설, 협박을 일삼고 개인 물품을 갈취하는가 하면, 교대 근무를 마친 후임의 수면을 방해하는 등 괴롭힘을 이어온 혐의를 받는다. 일부 후임병에게는 샤워장에서 알몸으로 기어다니게 하거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요구하고, 고추냉이 등을 강제로 먹이는 '식고문'까지 자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2명의 병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초에 열린 부대 내 병영 문화 개선 행사인 '언어문화 개선 역할극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대회는 부대 내 부적절한 언어 사용을 자제하고 올바른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병영 생활 중 언어폭력이 발생할 만한 상황을 시나리오로 작성해 15분 내외의 역할극을 선보인 뒤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군은 수상자 선정 당시엔 이들의 가혹행위 이력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괴롭힘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이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군 당국이 실질적 부대 관리 대신 형식적인 행사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가해 의혹을 받는 해병 병사 2명 중 1명은 과거 또 다른 후임을 괴롭혀 신고된 전력이 있음에도 군이 자체 조사 후 혐의를 교차 입증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두 교육 후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 병사가 함께 생활하는 군사경찰대대의 특성상 이 같은 가혹행위에 오히려 적절한 통제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해당 대대에서는 공군 소속 A 병사가 육군 소속 B 병사에게 가혹행위와 욕설을 해 징계를 받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부대 특성상 다른 군 소속 병사들끼리도 선후임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병사는 관물대에 있는 B 병사의 군복을 커터칼로 찢고, 취침 시간 등에 '억지 상황극' 등을 강요하고 폭언하는 등 괴롭힘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 병사는 내부 인트라넷 망을 활용해 후임들의 실수를 공유하는 등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부대는 A 병사의 가혹행위를 내부 신고를 통해 인지, 그를 시설대대로 파견해 피해자와 분리한 후 징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 병사는 피해자가 희망에 따라 다른 부대로 이동한 뒤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으며, 현재 '대표 분대장' 직을 맡고 있다.
이는 분대장들 중 최선임이 관행적으로 수행하는 직위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가혹행위로 징계를 받은 병사에게 병사들과 간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긴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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