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추진잠수함 특별법 입법예고…'장보고 N' 사업 법적 기반 마련
사업타당성조사 제외·연구개발 절차 특례로 획득 속도
핵무기 개발 금지 명문화로 '비확산' 법제화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정부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개발 사업인 '장보고 N 프로젝트'의 획득부터 운용·정비·해체와 원자력 안전관리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특별법 제정에 본격 착수했다.
국방부는 29일 '핵추진잠수함의 획득·운영 및 안전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오는 9월 7일까지 입법예고했다.
핵추진잠수함은 군사용 무기체계와 원자력이 결합한 국내 첫 사례다. 국방부는 현행 방위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 등 여러 법률만으로는 장기간에 걸친 사업 전반을 일관되게 규율하기 어렵다고 보고 별도의 특별법을 마련했다.
법안은 핵추진잠수함의 연구개발·건조뿐 아니라 관련 시설의 설치, 핵연료 확보와 운반·사용·저장, 운용과 유지보수, 방사성폐기물 처리, 해체 및 산업기반 육성까지 모두 '핵추진잠수함사업'으로 규정했다.
이 특별법은 핵추진잠수함사업에 대해 다른 법률보다 우선 적용된다. 국방부 장관은 사업의 기본 방향과 단계별 추진 계획, 연구개발·건조, 시설 설치, 운용·정비, 안전관리, 전문인력, 산업 경쟁력과 재원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관계 부처와 기관은 기본계획에 따라 3년마다 시행계획을 마련한다. 기본계획은 관계기관 협의와 범정부 전략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 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핵추진잠수함사업의 주요 사항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핵추진잠수함전략위원회'가 심의한다. 국방부 장관이 부위원장, 해군참모총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며 전체 위원은 20명 이내다.
전략위원회 아래에는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획득·운영분과위원회와 원자력안전분과위원회가 설치된다.
특히 전략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사안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심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별도의 범정부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획득과 원자력 안전 문제를 한꺼번에 조정해 사업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전략위원회는 법 시행일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사업 초기 주요 절차와 제도를 신속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일종의 한시적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풀이된다.
획득 절차에도 폭넓은 특례가 적용된다. 핵추진잠수함사업은 사업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고, 필요하면 일반 무기체계와 다른 연구개발 절차와 계약원가 산정 방식, 시험평가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핵물질 확보와 국제협상, 시설 설치지역 지정이 늦어질 경우에는 계약 기간과 금액, 조건도 변경할 수 있다. 시설 건설 과정에서는 건축·농지·산지·항만·공유수면 등 29개 법률의 인허가를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하면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법안의 또 다른 특징은 군사용 원자로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 원자력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국방부 장관은 10년마다 원자력 안전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계기관은 3년마다 분야별 시행계획을 마련한다.
핵추진잠수함 원자로와 안전설비, 핵연료가공시설의 설치·운영·해체는 전략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같은 설계의 원자로를 반복 설치할 때는 표준설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이미 허가·인가 또는 신고를 마친 시설이라도 특별법에 따른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기존 허가 등의 효력이 즉시 사라지도록 했다. 민간 원자력시설과 구별되는 군 원자로의 독자적인 승인·검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만 법안은 국방부 장관에게 원자력 안전관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의무를 부과했다. 안전관리와 안전조치, 수출입 통제 등을 담당할 별도의 전문기관도 설립하거나 지정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정한 인원이 국방부 공무원의 감독 아래 관련 시설과 선박, 연구시설에 출입해 장부와 설비를 검사하고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핵연료의 확보·운반·사용·저장 전 과정을 국제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기록·관리하고 IAEA 등 국제기구의 정당한 확인 절차에 협조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은 핵추진잠수함을 핵무기 개발·제조·보유 또는 사용 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는 '비확산' 원칙도 명시했다.
방사성폐기물은 허가받은 처분시설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처분은 관계기관 협의와 원자력진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한다.
원자로 운전과 핵연료·방사선 취급을 담당하는 인력에는 별도의 국가 자격증명 제도를 도입한다. 안전관리 의무 위반뿐 아니라 원자력설비 손괴나 불법 조작, 비밀 누설에 대해서는 징역형 등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해군은 합동참모본부에 핵추진잠수함 소요제기서를 제출하며 무기체계 획득을 위한 공식 절차에도 착수했다.
이어 국방부는 지난 5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처음 공개하고 사업 명칭을 '장보고 N사업'으로 정했다.
정부는 국내 원자로와 조선 기술을 활용해 핵추진잠수함을 국내에서 개발·건조하고,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대 중반 1번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이후 해군에 전력화한다는 목표다. 설계와 건조, 운용·정비, 핵연료 관리, 해체까지 전 과정을 총수명주기 관점에서 개발·관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8000톤급 핵추진잠수함 3척 건조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함정의 구체적인 규모와 척수, 사업비, 건조업체와 핵연료 확보 방식 등은 향후 소요 결정과 한미 협상,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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