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식고문'으로 후임 괴롭힌 병사에 '병영 문화 개선' 상 준 얼빠진 軍
군 "가혹행위 인지 시점과 수상 시점 달라" 해명
작년에도 같은 부대서 가혹행위 사건 발생…부실 관리 비판 제기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국방부 직할부대인 계룡대근무지원단(계근단) 군사경찰대대에서 후임병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7월 24일 뉴스1 보도) 병사들이 부대 내 병영 문화 개선 행사에서 상을 받은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군은 수상자 선정 당시엔 이들의 가혹행위 이력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괴롭힘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이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군 당국이 실질적 부대 관리 대신 형식적인 행사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계근단 군사경찰대대 소속 해병대 병사 2명은 지난 7월 초 열린 '언어문화 개선 역할극 경연대회'에서 수상했다.
이 대회는 부대 내 부적절한 언어 사용을 자제하고 올바른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병영 생활 중 언어폭력이 발생할 만한 상황을 시나리오로 작성해 15분 내외의 역할극을 선보인 뒤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문제는 수상자 명단에 최근 공론화된 가혹행위 의혹 사건의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2명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후임병들을 상대로 폭행과 욕설, 협박을 일삼고 개인 물품을 갈취했으며, 교대 근무를 마친 후임이 잠을 자지 못하게 방해하는 등 괴롭힌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후임병들에겐 샤워장에서 알몸으로 기어다니도록 강요하거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요구하고, 고추냉이 등을 강제로 먹이는 이른바 '식고문'까지 자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들 2명의 가혹행위 의혹은 지난 23일에서야 최초로 식별돼 7월 초에 열린 경연대회의 수상자 선정 당시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군 당국은 피해 사실 관련 언론 보도와 추가 제보를 인지한 뒤 국방부 조사본부에 조사를 의뢰했으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라는 성범죄 관련 의혹이 포함됨에 따라 해당 사건을 민간 경찰로 이첩한 상황이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 내 성폭력 범죄와 사망 사건, 입대 전 범죄 등은 민간 수사기관으로 넘겨 수사해야 한다.
두 명의 해병대 병사 중 1명은 '식고문' 사건과 별개로 군사경찰대대에 파견된 타군 소속 후임을 괴롭혀 신고된 전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한 결과 목격자 진술, 객관적 증거 등 혐의를 입증할 추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해 구두 경고 및 교육을 진행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병사가 지속적으로 가혹행위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부실 관리라는 비판이 거듭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괴롭힘은 비단 해병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군사경찰대대는 육·해·공군 및 해병대 병사들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 생활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지난해 9월엔 공군 소속의 A 병사가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육군 소속의 B 병사에게 가혹행위 및 욕설을 한 혐의가 인정돼 징계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A 병사는 내부 인트라넷 망을 활용해 후임 병사의 실수 등을 공유하며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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