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인권 비판한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연임 투표 '기권'
찬성 144·반대 10·기권 13표…한국, 뉴질랜드·페루 등과 기권
외교부 "회원국 간 충분한 협의 부족했기 때문…北 인권과 무관"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한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한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연임안 표결 때 기권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정부는 튀르크 대표 개인의 성향이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평가 때문이 아니라, 유엔 고위직 임명 과정에서 회원국 간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튀르크 대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표결에서 찬성 144표, 반대 10표, 기권 13표를 얻어 연임이 확정됐다. 표결에는 167개국이 참여했다.
한국은 벨라루스,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가이아나, 이라크, 뉴질랜드, 파라과이, 페루, 남수단, 스리랑카, 수리남, 우간다와 함께 기권표를 던졌다.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부르키나파소, 북한, 말리, 니카라과, 니제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10개국은 반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자국을 향한 튀르크 대표의 비판적 메시지에 반발해 연임에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인 튀르크 대표는 2022년 유엔 인권최고대표로 취임한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 미국의 이민 정책 등 주요국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특정 국가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 인권 원칙을 강조하며 강대국에도 비교적 직설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권 옹호 성향의 인사로 평가된다.
튀르크 대표는 올해 5월 유엔 인권최고대표로서는 11년 만에 한국을 공식 방문해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와 조현 외교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을 잇달아 면담했다.
그는 당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며 "수십 년 동안 북한에서 만연했던 심각한 침해 행위들에 대해 모든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 모색을 위해 인권 문제 제기를 꺼리는 정부의 기조가 이번 기권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기권이 튀르크 대표 개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그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의 표결 입장을 튀르크 최고대표 개인에 대한 평가나 연임 반대와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더욱이 북한 인권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은 억측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유엔 고위직 임명은 통상적으로 회원국 간 컨센서스를 이루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해 온 전통이 있다"며 "이번 임명 과정에서는 이러한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라고 기권의 배경을 설명했다. 투표 과정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사 표시를 위해 기권을 택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는 이번 연임안 표결 입장을 결정하는 데 고려된 요소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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