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광주 군공항 이전…1전투비행단·미군기지는 어디로
1전비 이전 계획 미수립…유사시 美 전개할 광주 COB 대체도 찾아야
무안군 '3대 과제' 선행요구로 제동…공항 이전 폐기 주장도 나와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이 결정됐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전이 불가피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1전비)의 임시 분산을 비롯한 이전 배치 계획 수립도 뒤로 밀리고 있다.
국방부는 28일 광주 군 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위원회 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예비 후보지로 선정된 무안군의 불참에 따라 회의를 순연했다.
이번 회의는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군 등이 참석해 군 공항 이전 후보지를 확정하고 지원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당사자인 무안군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회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광주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전남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선정하고 지난달 처음으로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전남광주시, 무안군 등과 이전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어 정부는 이달 초 광주 군 공항 부지 826만㎡(250만 평)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반도체 공장 등이 입주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공항을 건설해 정부에 기부하고, 국방부가 지자체에 광주 군 공항 부지를 양여해 반도체 공장을 개발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2차 선정위 개최가 밀리면서 이전 후보지 확정, 산업단지 조성 계획, 군 공항 이전에 따른 현재 주둔 부대 이전 계획이 모두 연달아 밀리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추후 개최 일정은 미정이며 현재 조율 중"이라며 "무안군의 3대 선결조건은 여러 관계기관의 소관이 결합된 사안으로, 무안군 등과 지속 소통을 통해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무안군 망운면 일대는 현재 무안공항이 위치한 곳으로, 향후 광주 군 공항 이전 최종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민군 겸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활주로 연장, 이글루(전투기 격납고) 건설 등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2024년 12월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와 같이 항공기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군 공항으로 해당 공항이 적합한지보다 밀도 있게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상용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군 공항으로 사용하기 위해 활주로 연장이나 신규 건설이 필요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 장기간 풍향, 지형, 계절 요인 등 지역 환경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면서 "무안공항 참사로 지적된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무안 군 공항 건설안 확정 이전에 광주에 주둔 중인 1전비 예하 부대를 다른 지역으로 우선 소산(疏散)하면 호남 클러스터를 조기 착공할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광주) 군 공항에서 하는 훈련 소요를 여타 공군 기지로 얼마나 빨리 소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소산 계획을 공군과 짜면 무안에 새로 (공항이) 건설되길 기다리지 않고 이 텀(기간)을 쓸 수 있다"면서 "정부가 공군과 상의해 소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투비행 조종사의 요람'으로 불리는 1전비는 T-50 훈련기로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곳으로 1개 대대는 고등비행교육과정을, 다른 1개 대대는 고등비행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이 실전 전투기 탑승에 앞서 받는 '리프트'(LIFT) 교육을 맡고 있다.
LIFT 과정은 1전비 외에도 경북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군 안팎에서는 1전비 LIFT 과정을 16전비로, 고등비행교육과정은 강원도 원주 제8전투비행단 등 T-50 계열 훈련기를 운용하는 부대로 분산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 자체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군 입장에서는 '일단 소산'을 섣부르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군 공항 이전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현재 진행하는 전투기 조종사 양성 훈련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군 입장에서는 1전비를 우선 소산할 경우 이에 속한 공군 구성원들의 주거지 확보 등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1전비 소산과 함께 광주 군 공항에 부여된 미 공군과의 '공동작전기지'(COB) 역할을 어떻게 대체할지 문제도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해결할 과제다.
광주 군 공항은 청주, 김해, 수원, 대구와 함께 유사시 미 공군 전력이 전개되는 기지다. 이들 기지는 오산, 군산기지와 달리 소수의 상시 병력만 주둔하고, 이글루 등 물자 보관 시설 등이 공여 방식으로 미측에 제공돼 있다.
미군에게 공여된 공간을 한국 정부가 회수할 경우 정부는 미군에게 이를 대체할 시설을 제공해야만 한다.
주둔군지위협정(SOFA) 제2조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주한미군의 한반도 내 주둔 근거 조항)에 따라 대한민국 안의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 개개의 시설과 구역에 관한 제 협정은 합동위원회를 통해 체결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어 같은 조 나항은 "미합중국 군대가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 및 합중국 군대가 이러한 시설과 구역을 재사용할 때 '유보권'을 가진 채 대한민국에 반환한 시설과 구역은 양 정부 간 합의된 시설과 구역으로 간주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SOFA 제2조의 2는 양국 정부가 어느 일방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 이러한 협정을 재검토하여야 하며 또한 이러한 시설과 구역이나 그 일부를 한국에 반환해야 할 것인지의 여부, 또는 새로 시설과 구역을 제공해야 할 것인지 여부를 합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미 7공군은 한국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발표 이후 "(미군은) 광주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광주 군 공항 이전할 경우 COB 기능을 대체할 기지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 "군사대비태세를 고려하는 동시에 국가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공군, 미측과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비 후보지로 선정된 무안군은 지역 개발 3대 조건 이행이 선행되지 않으면 향후 협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지역 시민단체들은 무안 군 공항 이전을 중단하고 1전비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배치 해 영구 통폐합하자는 주장도 내고 있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先)이전 △전남광주시와 정부의 1조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 인센티브 제공 등 지역개발 3대 조건 선행 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안군은 지난달 30일에 개최 예정이었던 2차 선정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로 순연된 회의에도 불참한 상황이다.
아울러 민주노총 등 63개 전남광주 시민단체는 전날(27일) "정부는 광주 군 공항의 훈련 기능을 다른 공군기지로 소산(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는 새로운 군 공항을 건설하지 않고도 군 공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군 공항의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 단체들은 "또 다른 군 공항 건설로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각종 피해를 전가하며 지역민 간의 갈등과 희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며 "정부는 무안 이전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기존 군 공항의 기능 재조정과 통폐합 원칙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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