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올해도 사도광산 추도식 쉽지 않다…밀린 과거사 문제 협의 정체

매년 7~8월 개최 합의했지만…아직 협의 초기 단계
추도사 속 '강제동원' 표현 두고 입장 차…3년 연속 파행 가능성

지난해 11월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를 위해 열린 추도식 후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를 방문해 헌화하는 유가족들의 모습. 지난해 추도식도 일본 측이 추도사에 '강제 동원'을 인정하는 표현을 넣지 않으면서 한일이 각각 진행하는 등 파행됐다.(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1 ⓒ 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국과 일본이 매년 7~8월에 열기로 합의한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 노동 현장인 사도광산에서의 추도식이 올해도 제날짜에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올해 추도식의 일정과 형식조차 구체화하지 못한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일본 측은 올해 사도광산 추도식의 일정과 개최 방식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양국 간 협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일본 측에서 검토 중인 상황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며 "협의 과정에서 초보적인 의견을 나누고 있다"라고 말했다.

日, 사도광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 때 약속 불이행…추도식 2년간 파행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광산은 에도시대에 번성한 일본 최대의 금광이자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 동원의 현장이다. 일본은 지난 2024년 이곳을 '에도시대 최대 금광'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시도했다.

당시 유네스코와 일본, 한국의 협의 끝에 일본이 사도광산에 조선인 강제 동원과 관련한 전시물을 설치하고, 매년 일본 정부 주도로 강제 동원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을 열기로 합의하며 정부도 유네스코 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추도식은 매년 7~8월 사도광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첫 추도식부터 일본 측 추도사 내용, 참석 인사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불거졌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준비한 추도사에 적힌 한반도에서 건너간 노동자들에 대한 묘사에 '강제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빠졌으며 이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당시 합의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일본 측 행사에 불참했다. 결국 2024년에는 일본 측이 11월 24일, 한국 정부와 피해자 유족들이 이튿날인 25일 각각 추도식을 열었다. 지난해에도 일본 측은 9월 13일, 한국 정부와 유족들은 11월 21일 별도의 추도식을 개최했다.

핵심 쟁점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일본 측 추도사에 어떻게 담을지다. 아울러 한 번도 한일이 공동으로 치르지 못한 행사 명칭과 참석 인사의 격을 놓고도 양국의 입장차가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도 8월이 가까워지도록 추도식 일정과 형식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3년 연속으로 추도식이 파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시물에도 강제 동원 역사 누락…유네스코의 '권고' 있지만 강제성 없어

문화유산 등재 후 사도광산에 설치한 각종 전시물에 조선인 강제 동원을 언급하는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합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등재 이후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옛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와 공동취사장 등으로 향하는 이정표와 안내문 10여 개도 추가했다.

그러나 안내문에는 일본어와 영어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만 적혀 있어 이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됐다는 사실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 전시와 안내 시설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의 성격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최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에게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는 강제성은 없는 권고로 일본이 빠르게 개선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사도광산뿐 아니라 지난 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협력하기로 한 조세이 탄광(장생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유해 수습 문제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해저 탄광인 조세이 탄광은 1942년 2월 붕괴했다. 당시 일제로부터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136명과 일본인 관리자 47명이 사고로 인해 수몰됐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강제 동원 조선인 희생자의 유해 수습과 신원 확인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지난 5월 이미 발굴된 유해에 대한 공동 DNA 감식을 추진하기로 한 것 외에 공동 발굴 등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모습은 한일관계가 안보·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진전되는 것과 달리, 과거사 문제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는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분리해 과거사 문제가 미래를 위한 협력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이재명 정부도 이제 출범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일본 측의 성의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유네스코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전시와 해설에 반영하라고 요구했고 일본도 등재 당시 이를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일본 우파의 반발 등을 의식해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유네스코와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태도는 불성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에서 조선인 강제 동원이 이뤄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이유로 이를 크게 부각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로 한일 관계 전체를 중단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약속한 부분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문제를 별개의 현안으로 계속 제기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