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스틸 美대사 이번 주 부임…쿠팡·대미투자 첫 시험대
1년 반 대사 공백 해소…트럼프 2기 첫 주한미대사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이번 주 한국에 부임한다. 1년 반 넘게 이어진 대사 공백은 해소되지만, 스틸 대사는 부임과 동시에 쿠팡 사태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이행 등 만만치 않은 통상 현안을 마주하게 됐다. 한국계이자 미 연방하원의원 출신인 스틸 대사가 양국의 인식 차를 좁히는 가교'가 될지, 미국의 불만과 요구를 전달하는 '압박 창구'가 될지 주목된다.
2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스틸 대사는 오는 29일쯤 미국을 출발해 한국에 부임할 예정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 의전장 등이 다음 달 3일까지 중남미를 순방 중이어서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는 등의 공식 일정은 순방 종료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주한미국대사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미국대사다. 주한미국대사직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뒤 줄곧 공석이었고, 그동안 임시대리대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스틸 대사는 부임 전부터 경제·통상 현안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한국행에 앞서 워싱턴DC에서 쿠팡·구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입장과 애로사항을 미리 파악해 부임 직후 관련 현안에 대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지난 5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 기업 차별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쿠팡 등 미국 기술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취지의 질의에 그는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은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인준된다면 그 문제를 분명하게 후속 점검하겠다"라고 답했다.
문제는 쿠팡 사태를 둘러싼 한미 간 인식 차가 예상보다 깊고, 미국 내에서는 당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국 정부의 과징금 부과 등 쿠팡 관련 조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조지아 사태에 대한 보복 아니냐'는 문제 제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의원연맹 소속 한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미가 특수한 동맹 관계라고 하면서 미국 기업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는 인상이 강했다"며 "쿠팡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이 요구하는, 특수 관계에 기반한 관세 15% 상한을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이행 속도에도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미국 측이 일본은 벌써 두 차례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계속했다"며 "한국이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상당한 압박이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 측의 문제 제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이달 1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공개한 쿠팡 보고서에 사실관계 오류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고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반박문을 전달했다. 쿠팡에 대한 조치는 국내법과 절차에 따른 것으로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보복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아울러 정부는 오는 8~9월 첫 대미투자 프로젝트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1호 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미국 측과의 협의가 "거의 막바지"라며 8월 말이나 9월쯤 확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방미 기간 미 상무부와는 조선·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1차 투자 프로젝트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쿠팡과 대미투자를 둘러싼 이견을 통상 분야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느냐다. 한국 측은 추가 관세를 최소화해 최종 관세율을 15% 이하로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통상 현안에서 불신이 쌓이면 핵추진잠수함·원자력 협력 등을 다룰 2차 한미 안보협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외교가에서는 당초 7월로 예상됐던 협의가 대미투자 이행이 가시화된 이후에야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틸 대사가 협상을 직접 결정하거나 타결할 권한은 없지만, 양국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 오판을 줄이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화에서 "주한미국대사는 한미 간 소통 창구이면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쿠팡 사태나 비관세 장벽 등 미국 기업의 어려움을 전달하는 것은 스틸 대사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맡게 될 업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한국계라는 점은 한국에 대한 이해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결국 미국 정부를 대표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견제하고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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