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하라"가 책임 떠넘기기로…군 간부 떠날 마음 키운다
인사·보상 불공정하다고 느낄수록 '이직 의도' 높아져
신뢰 없는 권한 위임은 오히려 부담…"지원·보호 함께 가야"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목표를 정해줄 테니 방법은 알아서 찾아라."
부하에게 적절한 판단 권한을 주는 것은 군이 강조하는 '임무지휘'의 핵심이다. 하지만 조직의 인사와 보상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권한 위임이 자율성이 아니라 '책임 떠넘기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특보 해병대 소령과 이현응 충남대 교수는 24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정책연구' 여름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해병대 간부가 조직 내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이 불공정하다고 느낄수록 조직을 떠나고 싶다는 의향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해 8~9월 해병대 현역 장교와 부사관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해 370명의 응답을 얻어 최종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부사관이 약 62%, 장교가 약 38%였고, 포항·김포·백령도·연평도 등 주요 주둔지역 간부들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조직 내 의사결정이 공식 규칙보다 인맥이나 상급자와의 관계,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된다고 느끼는 정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이런 인식이 강할수록 '조직이 공정한 평가와 보상,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다고 느끼는 경향이 커졌다. 이는 '해병대를 그만두는 것을 자주 생각한다'라거나 '향후 1년 안에 전역·이직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응답으로 이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임무지휘의 효과였다. 임무지휘는 상급자가 임무의 목적과 의도를 제시하되 구체적인 수행 방법은 부하가 판단하도록 권한을 주는 지휘 방식이다. 연구진은 당초 이런 권한 위임이 조직에 대한 불만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조직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느끼는 간부에게는 임무지휘가 이직의도를 낮추기보다 오히려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충분한 인력과 정보,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채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라고 하거나, 실패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 없이 책임만 커질 경우 권한 위임을 부담이나 책임 전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임무지휘가 효과를 내려면 권한 위임에 앞서 공정한 인사와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무를 맡길 때 필요한 지원과 피드백을 제공하고, 인사·보직 결정 기준도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실제 전역이나 이직률이 아니라 '이직을 고려하는 심리적 의향'을 조사한 것이다. 또한 특정 시점에 해병대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기보고식 설문인 만큼 결과를 전군으로 확대하거나 불공정 인식이 실제 이직을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간부 확보가 과제가 된 상황에서, 이직의도가 처우나 업무 강도만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 인식에도 좌우된다는 점에서 군 인력관리 정책을 점검할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hg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