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장기화…"한·중·일, 공급망·경제안보 협력 확대해야"

"미·중 양자 중심 질서 G2보다는 상호 존중 C2 협력 필요
전문가 "기후·인구 등 공도 현안 대화 채널 유지해야"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 1세션에 참석한 한중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역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진단하고 동아시아 협력의 방향을 논의했다. 2026.7.23 ⓒ 뉴스1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미중 전략경쟁과 이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중일 3국이 공급망과 경제안보, 기후변화 등 실용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23일 나왔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 1세션에서 한중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역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진단하고 동아시아 협력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이다 케이스케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는 과거의 위기 경험이 현재의 일본의 경제안보 정책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이다 교수는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일본에 같은 교훈을 남겼다"며 "특정 국가와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비상시를 대비한 전략 비축을 확대하며, 공급국과 소비국 간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일본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희토류 공급 차질과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불거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을 언급하며 "위기 상황일수록 우방국 간 재정·기술 협력과 국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왕이웨이 중국인민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은 현재의 미중 경쟁을 단순한 패권 경쟁이 아닌 '문명 간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주장했다.

왕 소장은 "AI 산업에서도 미국은 사적 자본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를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사람 중심의 개방형 혁신을 지향한다"며 "미국이 중국의 오픈소스 AI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은 미국 중심의 AI 산업 질서와 달러 중심 체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중 양자 중심 질서(G2)보다 한중일이 공유하는 동양적 가치와 유교 문화에 기반한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한중일은 역사와 문명을 공유하는 국가"라며 "상호 존중과 배움을 바탕으로 한 'C2(Cooperation)' 협력을 통해 보다 포용적인 미래 기술과 국제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동아시아협력포럼' 에 참석한 한중일 전문가. 2026.7.23 ⓒ 뉴스1 윤주현 기자

자오밍하오 중국 푸단대학교 미국연구센터 부소장은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이후 미·중 관계를 진단했다.

자 부소장은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건설적이고 전략적인 정신'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틀이 마련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미국 내 정치적 지지 기반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고 양국 간 해석의 차이도 남아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역과 경제 분야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며 "새로운 관계의 틀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정남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변화하는 동북아 안보·경제 환경 속 한국 외교의 방향과 한중일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관계 안정화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구조적 변화라기보다 일시적인 휴전에 가깝다"며 "미중 관계의 본질은 여전히 전략 경쟁과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국익 기반 실용외교'와 '글로벌 책임 강국' 기조를 소개하며 "대중 정책 역시 상호 존중과 공동 이익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관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한중일 협력의 원칙으로 △과도한 기대를 배제한 유연한 협력 체계 유지 △상호 핵심 이익에 대한 이해와 배려 △기후변화·인구구조 변화 등 공동 현안을 중심으로 한 대화 채널 지속을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한국이 중국과 일본 모두와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중일 협력을 위한 가교 구실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며 "이번 포럼 역시 그러한 역할의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