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전체 정보 털렸다…국립외교원 해킹으로 최대 1만건 유출

北 소행 가능성…작년 4~5월부터 10개월간 '수시로' 해킹
제조사도 몰랐던 '제로데이 취약점' 노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외교부 국립외교원의 온라인교육시스템이 약 10개월간 해킹당해 전현직 외무공무원과 재외공관 주재관 등 사실상 한국 외교관 전원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최대 1만 건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2월 초 해당 시스템에 대한 비정상적 접근 정황을 관계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뒤 시스템을 긴급 차단하고 함께 조사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커는 지난해 4~5월쯤 서버를 장악한 뒤 올해 2월 초까지 수시로 접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이 약 10개월간 이어졌지만 외교부는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기 전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된 정보에는 외무공무원과 해외 파견 정부 부처 주재관, 재외공관 행정직원 등의 성명과 아이디(ID), 이메일,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이 포함됐다. 외교부 본부 직원 대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다만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 민감 정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국자는 "국가안보와도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해외 파견 정보기관 요원의 개인정보가 포함됐는지 여부는 언급을 자제했다.

공격 주체와 관련해 이 당국자는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 주체를 단정할 만한 기술적 분석은 부족한 상태"라면서도 "북한이건 어디건 특정하지 않고, 여타 국가 배후의 해킹조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해킹은 소프트웨어 제조사도 몰랐던 보안 취약점을 노린 '제로데이 취약점'에 대한 공격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조사도 취약점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였고 조사·분석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사후에 보안패치가 공개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해당 시스템에 대해 2022년 개통 직후를 비롯해 매년 수차례에 걸쳐 보안점검을 실시해 왔지만, 알려지지 않은 신규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이어서 기존 점검으로는 발견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외교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메일 유출이다. 유출된 이메일 주소가 피싱 등에 악용될 수 있어서다. 다만 해킹된 시스템은 외교부 내부망이나 여권시스템 등과 분리돼 있어 다른 시스템으로 직접 피해가 확산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올해 2월 초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약 5개월이 지난 전날(20일)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대규모 유출은 유례없는 경우여서 외교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사안으로 인식했고, 조치와 조사, 관련 검토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점이 있었다"며 "감염된 서버를 차단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애로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유출 대상자에 대한 개별 통보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시스템에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아 이메일로만 통보가 가능한 데다 퇴직자 등은 계정이 만료돼 통보가 어려운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시스템은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교육을 위해 2022년 개통됐으며 현재는 차단된 상태다. 재개통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외부기관 수사 의뢰 여부에 대해 이 당국자는 "검토해 봐야 할 부분"이라며 "내부적으로 종합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