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번 주 연쇄 고위급 협상…쿠팡 문제 털어야 다른 현안 풀린다

한미 외교장관, ARF서 조우 예상…김정관, 미국 방문해 러트닉 만나
'쿠팡 문제' 출구 마련 절실…잘 풀리면 다른 현안에 도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올해 초에 이어 한미가 다시 '쿠팡 문제'로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주 진행될 외교·통상 분야의 고위급 협의에서 쿠팡 문제에 대한 적절한 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대미 투자와 한미 안보협의 등 다른 주요 현안의 진척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19일 제기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오는 21~23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여러 아세안 관련 회의에 임한다. 조 장관은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ARF 외교장관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여러 지역 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련의 회의에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도 주요국으로 참석한다. 국무부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9일 필리핀을 찾아 23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한미 외교장관의 양자회담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양국은 두 장관이 유의미한 대화를 하기 위한 소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문제 출구 찾기'가 시급 현안…대미 투자·안보협의 등 상호 관심사도 논의

한미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쿠팡 문제다. 3000만 명이 넘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불거진 쿠팡 문제는 올해 초부터 한미의 주요 소통에 직접 영향을 주는 '뜨거운 감자'가 된 상태다.

한미는 올해 초부터 이 사안을 관리하기 위한 외교적 소통을 수 개월간 진행했다. 지난달 22일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당국 간 어느 정도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라며 이 사안이 이제 관리되고 있음을 시사했으나, 이후 쿠팡 사태가 '한국 정부의 표적 조사'에 따른 차별적 조치로 인해 불거졌다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의 보고서와 이를 옹호하는 백악관의 입장이 나오면서 상황이 다시 악화했다.

쿠팡 등 한미 현안 관련 밀접한 논의를 위해 지난 15일 일시 귀국한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도 "쿠팡 문제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다"라며 쿠팡 문제를 주요 이슈로 지목하기도 했다.

쿠팡 사안은 다른 한미 현안 진전의 발목도 잡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한국 정부의 3500억 달러(약 520억 원) 대미 투자의 빠른 이행을 원하고, 한국은 미국이 약속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개정을 위한 실무협의(안보협의)의 속도를 내고 싶어 하지만 쿠팡 문제로 인해 다른 사안의 수월한 협의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는 것도 대미 쿠팡 및 투자 문제에 대한 한미 조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의 공식 일정은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이기 때문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거는 한미 조선협력(마스가 협력)을 카드로 쿠팡 및 대미 투자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조 장관은 한미가 이달 중으로 추진해 왔던 핵잠 도입 및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안보협의의 일정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양국은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한 범정부협의체의 1차 실무협의를 열었지만, 두 번째 실무협의 개최 일정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미국이 다른 현안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추기 위해 쿠팡 문제를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주 이어지는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 측을 잘 설득할 수 있는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이유다.

돌파구 마련 어려운 쿠팡 문제 '완전 해결' 없이도 현안 끌어갈 방안도 필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6.5.6 ⓒ 뉴스1 최지환 기자

다만 쿠팡 문제가 이번 주 이어지는 고위급 협의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 사안에 대한 한미의 이견이 큰데다가, 쿠팡이 예상보다 강한 로비 능력을 보여 주면서 미국 의회의 여론이 쉽게 돌아서지 않는 듯한 기류다.

일각에선 정부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미국 조야와의 적극적 소통에 나서되, 쿠팡 문제의 '즉각적 담판'에 너무 몰입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쿠팡에 대한 정부의 조사도 한국의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에, 우리가 저자세를 보일 경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다.

외교부 고위당국자의 지난달 발언처럼,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온도 차이가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미 하원의 보고서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 수개월간의 검토를 거쳐 나온 것인 만큼, 쿠팡 문제를 보는 한미 행정부의 현재의 온도를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미 하원의 보고서 발간 이후 행정부 차원의 압박 조치는 가시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기대하는 대미 투자나, 트럼프 대통령이 추동력을 불어 넣고 있는 선박 협력(마스가 협력)을 활용해 미 행정부가 쿠팡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외교가에서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쿠팡 문제는 사안이 커질 경우 안보협의 등 여러 분야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쿠팡 문제는 일단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만 다루고, 안보협의, 대미 투자 등 한미 간 실질적인 협력에 집중하는 것이 외교적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