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보란듯 뭉치는 북중…박태성 방중 직후 왕후닝 방북

中, 대북 영향력 관리…北, 경제·민생 협력 확대
한미일 향해 '북중 결속 건재' 메시지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 2024. 3. 5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이 15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다.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방중을 마치고 귀국한 지 사흘 만에 중국 최고위급 인사가 다시 평양을 찾으면서 북중 간 밀착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박 총리의 방중에 이어 왕 주석의 방북까지 최고위급 교류를 잇달아 이어가며 양국이 전략적 결속을 대내외에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정치·경제·문화 분야 협력을 구체화하는 후속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초청에 의하여 왕호녕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중화인민공화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이 15일부터 17일까지 우리나라를 공식 친선 방문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책사로 불리는 왕 주석은 중국 지도부의 주요 정책과 이론을 설계해 온 대표적인 전략가다. 그가 직접 방북에 나선 것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북중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양국의 체제적 연대를 재확인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미일을 향해 북중 협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왕 주석의 방북은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기념하고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는 동시에 박태성 총리의 방중에 화답하는 의미가 있다"며 "고위급 상호 교류를 통해 북중 간 밀착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교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급격히 가까워진 북러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도록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고 북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경제·민생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군사·안보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통해 건설자재와 기계류, 생필품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문 중인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와 만났다. 2026.7.10 ⓒ 신화=뉴스1

다만 북중러 관계를 제로섬 구도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러 관계가 우호적인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수요를 지원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호 보완적 효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안러경중'이란 표현을 쓰며 "북한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는 안보를, 중국으로부터는 경제를 얻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왕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경제협력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박 총리는 방중 기간 중국 경제를 책임지는 리 총리와 경제·무역 확대와 교통망 연결, 보건·교육, 과학기술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전년보다 약 25% 늘어난 27억 3000만 달러(4조 698억 8400만 원)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북한이 전국 각지에 공장과 생활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과 대규모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산 기계와 건설자재, 생필품을 중심으로 교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북중이 경제협력과 함께 사회주의 국가 간 연대와 우호조약의 군사동맹적 성격을 부각하는 점도 눈에 띈다. 북한이 미국 주도의 대중·대러 압박 전선을 막아내는 최전선에 있다는 논리로 북중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왕 주석의 방북에 대해 "박 총리의 방중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과 단독 면담하고 국빈급에 준하는 최고조의 예우를 받은 것은 북중 관계가 빠르게 밀착하고 정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이 과거 경제협력 중심의 수사에서 벗어나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전통적 관계', '피로써 맺어진 전투적 우의' 등 이념적·군사동맹적 성격을 강하게 부각한 점이 이전과 다르다"며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진영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근간인 상호원조 정신을 재확인하며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