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선인 강제 동원' 사도광산에 "전체 역사 기술하라" 권고 불이행

유네스코 "일부 진전 있지만 불충분"…'강제 동원' 여전히 미표기
日, 내년 말까지 이행보고서 다시 제출해야…2028년 세계유산위서 재검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본부.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유네스코가 지난 202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일본의 사도광산에 '전체 역사(whole history)를 기록하라'라는 후속 조치를 권고했지만 일본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인 강제 동원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라는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조치에 '일부 진전은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담아, 해석·전시 시설의 추가 개선과 이행 상황 재보고를 요구하는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안을 15일 공개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도광산 보존현황 결정문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와 세계유산센터가 일본이 제출한 보존현황보고서(SOC)를 검토해 마련한 초안으로 SOC에 대한 평가 및 보완 조치 권고의 성격을 지닌다.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 여부가 논의된다.

유네스코는 사도광산의 해석·전시물과 관련해 일본이 문화유산 등재 당시보다 추가 조치를 취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광산 개발 전 기간에 걸친 '전체 역사'를 현장에서 어떻게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전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알리고, 시설 개선 과정에서 관련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사도광산이 진정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본이 광산에 조선인 노동자들을 강제로 동원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광산 내 전시물에 명확하게 명시할 것을 요구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조치다. 결정문에는 일본이 '당사국(한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후속 조치 이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2027년 12월 1일까지 세계유산센터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2028년 열리는 제50차 회의에서 일본의 이행 상황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전체 역사' 명확히 설명하고 당사국과 협의해야"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결정문에 대해 "사도광산 등재 이후 일본의 해석·전시 전략과 시설 개선에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차차기 위원회에서 재검토하도록 하는 취지"라며 "일본이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도록 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권고 이행이 충분하지 않아 위원회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제출한 SOC에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 전시와 한국인 노동자 숙소·공동취사장 터에 설치한 안내판 등을 '후속 조치'로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사도섬 곳곳에 한국인 노동자 관련 유적으로 향하는 이정표와 안내문을 10여 개 추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시물과 안내판에는 '강제 노역' 대신 일본어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 영어로 'workers from the Korean Peninsula'라는 표현만 쓰였다. 조선인들이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동원됐다는 강제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체 역사'라는 표현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역사도 포함돼 있다"며 "유네스코 사무국과 일본 측도 이를 다르게 이해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결정문안 채택 여부가 의제로 다뤄지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는 부산 벡스코에서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별도 이의가 없으면 현재 문안이 합의 방식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문에도 '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이 빠진 채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결정문에 정부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고 본다"라며 "평가 내용을 감안해 앞으로의 입장을 정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의 특성상 현장에서 문안 변경 등의 논의가 이뤄지긴 어려운 만큼 앞으로 계속 이 사안을 진전이 필요한 사안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일본이 SOC를 제출한 후 올해 일본과 두 차례 국장급 대면 협의를 하고 유네스코 사무국과 위원국들에도 일본의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설명해 정부의 입장을 일부 반영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도광산은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1500~2000여 명이 동원돼 열악한 환경에서 구리 등을 채굴한 곳이다. 정부는 2024년 7월 일본이 광산의 전체 역사를 충실히 설명하고 모든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열겠다고 약속한 점 등을 근거로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이 마련한 전시와 지난해 제출한 보고서에는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빠졌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스스로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2024년과 지난해 모두 추도식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일본 측이 추도사에 강제 동원을 인정하는 표현과 사과의 뜻을 제대로 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