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현안 안 풀리나…"강경화 대사 들어와라" 이례적 지시 배경

대미투자, 쿠팡 등 한미 관계 현안 진척 속도 느려
"핵잠 등 안보협의 진척도 필요…설득 통한 현안 진전이 국익"

강경화 주미한국대사.(워싱턴D.C. 특파원단) 2026.07.08.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지시로 닷새간 일시 귀국한다. 쿠팡 문제와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2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 이행,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원자력 협정 개정)를 위한 안보협의 등 진척이 느린 한미 현안의 추동력을 높이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향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 대사는 15일부터 19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여러 유관 부처와 한미 관계 전반에 대한 업무협의를 진행한다. 조 장관에게 미국 현지 정세와 한미관계에 대한 평가를 보고하고 청와대와 관계부처 인사들도 만날 예정이다.

강 대사에 대한 '호출'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 4월 말에도 일시 귀국한 바 있지만 당시는 개인 사정에 따른 것이었다. 외교부는 장관이 해외 주재대사를 불러 현안 논의를 하는 것이 종종 있는 일이라며 강 대사의 일시 귀국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교부가 강 대사 외에 다른 대사의 일시 귀국 사실을 미리 언론에 공지한 바는 없다.

특히 한미 간 주요 현안이 쌓인 시점에 주미대사가 워싱턴D.C.를 닷새가량 비우고 귀국해 범정부 협의에 나선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차원의 보고와는 성격과 무게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강 대사의 일시 귀국 사실을 외교부가 공개한 것 자체가 '우리가 한미 현안에 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표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아울러 우리의 관심사인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이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범정부 차원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강 대사가 각 부처별 담당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미국의 분위기를 전하고, 향후 미국에 제시할 우리의 입장을 보다 디테일하게 가다듬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주요국 대사를 지낸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상대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에서 미국 측 인사들을 계속 만난 주미대사가 직접 들어와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관계부처와 외교부 사이의 인식 차이도 짚었다. 외교부와 주미대사관은 미국 정부·의회의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국내 규제·사정기관은 법과 원칙에 따른 집행을 우선하면서 현안의 외교적 파장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강 대사가 관계부처에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와 미국 측의 불만을 직접 설명하면 사안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미 투자와 쿠팡, 안보협의 등 여러 현안의 가르마를 타고 조정할 부분과 미국을 설득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서울에서 안보협의를 위한 첫 만남을 가졌으나, 이달 중으로 미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2차 협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쿠팡 문제의 '완전한 해결' 아직…대미 투자 관련 美 불만도 다스려야

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과도한 조사와 제재를 벌였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백악관도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삼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며 하원의 보고서에 힘을 실었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에 대한 압박이 됐다.

정부는 보고서에 쿠팡 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에 유감을 표하며, 한국의 법 집행 절차와 사실관계를 미 의회에 적극적으로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강 대사는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논리와 접근 방식도 방한 기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 투자 이행 문제도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마련에 합의했지만 아직 1차 투자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미국은 "1호 투자 사업이 빨리 나와야 한다", "투자 이행이 너무 늦다"는 불만을 백악관과 국무부 등 여러 경로로 반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간에는 쿠팡 문제를 포함한 여러 상호 관심사와 현안에 대해 상시적이고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며 "강 대사의 귀국이 이러한 소통과 협의에 깊이를 더하고 여러 방안을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외교장관은 양국 관계에 대한 현장감 있는 평가를 듣기 위해 해당 국가에 주재하는 대사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가져왔다"며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공관장의 건의와 솔직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강 대사를 부른)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러 현안과 상호 관심사를 놓고 하반기 한미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논의하는 차원"이라고 부연했는데, 이는 강 대사의 일시 귀국이 한미 관계의 '이상 신호'로 과도하게 해석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설명으로도 해석된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