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납기' K-방산 장점 힘 떨어졌다…"국제 안보환경 반영 새 전략 필요"
"가성비·납기·성능 외에 상대국 안보환경도 이제 협상 상수"
전략연, 컨트롤타워 강화 등 '새 도약' 방안 제시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한국이 지난 6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잠수함 건조 기술력과 납기에 있어서 우위를 점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상호운용성을 극복하지 못해 수주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가성비'와 납기 등을 앞세운 그간의 한국 방위산업 전략만으로는 앞으로 시장 확장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방산 고객'이 처한 안보 환경 등도 고려한 맞춤형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CPSP 수주 실패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와 단순한 방산 수출을 넘어 공동 연구·생산·운용을 아우르는 '한-나토 방산협력 2.0'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하고 '한-나토 조달기본협정' 협상 개시를 공식화하며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서 방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후속군수지원 등 변화하는 세계시장 표준 평가 체제와 거래 대상국의 안보 환경 변수를 관리·고려한 신(新)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압도적 기술 격차를 확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1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이성훈 안보전략연구실장과 진아연 부연구위원은 'K-방산 2.0 도약을 위한 전략과제 및 정책방향 : CPSP 교훈과 나토 방산포럼 성과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 방산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K-방산 1기 성장 원동력이었던 가격경쟁력, 납기 보장 등 장점들이 더 이상 향후 수주 성공을 담보하는 절대적 조건이 아니다"라며 "각국의 '자국 방산 우선정책'도 상수로 자리 잡았고 대형 방산 수출에 있어서도 동맹과 안보 환경 변수의 무게가 더 커질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캐나다 정부가 공개한 CPSP 평가 배점은 후속군수지원 능력 50%, 잠수함 성능 20%, 비용·재무 15%, 경제 및 전략적 가치 15%로 구성돼 있는데, 그 이면에는 안보·동맹 환경, 유럽 방위산업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 기조 등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특히 △NATO와의 상호운용성 격차 △캐나다가 처한 북극 안보 환경 △유럽의 방산 보호주의 및 역내 공급망 강화가 이번 사업 수주 실패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유럽 진출에서 교역 상대국의 안보 환경을 고려한 전략을 짜는 것을 앞으로의 사업 경쟁에 있어 '상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승조원 공유까지 가능한 수준의 협력은 장비 규격 호환을 넘어 NATO가 70여년간 축적한 제도·인증·정보 공유 체계의 산물"이라며 "캐나다, 독일이 사실상 단일함대에 준하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고 이는 한국이 단기간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적 격차"라고 짚었다.
이어 "캐나다는 러시아·중국의 북극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자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CPSP를 북극 감시 능력의 핵심 수단으로 상정했다"면서 "한국은 지리적·구조적 제약으로 장기적 북극 안보 협력 구도에 편입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 캐나다가 유럽연합의 회원국 중심 방산 공동 조달·자금 지원 프로그램 'SAFE'에 참여하는 독일, 노르웨이와 밀착할 경우 유럽 방산과의 공급망을 공유할 수 있는 이점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고려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국방비 55%를 점하는 나토와의 협력 교두보가 마련됐다면서 앞으로의 전략 수립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인들을 제시했다.
이들은 "나토와의 조달기본협정 체결 협상은 단순한 시장확장을 넘어 '표준·인증 체계 정합성 확보'에 있고, 표준·인증 정합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해 나토의 총수명주기관리(LCM)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진입로를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기존에 옵저버로 참여한 탄약·우주 분야에 더해 방산 원자재 산업에도 옵저버로 새롭게 참여하게 됐고 이는 단순한 조달 시장 참여를 넘은 사실상의 나토 방산 생태계 진입"이라며 "완제품 수출에 머물던 협력 층위가 나토 회원국과의 공동 개발·축적 단계로 확장하는 계기로, 단기 수주 실적을 넘어 장기 전략 자산의 성격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용 선박 건조 협의를 이어가고,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각서가 체결되는 등 방산 협력이 조선·원전 에너지 안보를 포괄하는 패키지형 협력으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CPSP에서 독일이 잠수함 계약과 자원 인프라를 연계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이러한 연계형 협력 방식을 전략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K-방산 2.0' 도약을 위해 △국가안보실 중심 컨트롤 타워 강화 △나토 인증체계 확보 및 현지화 전략 고도화 △압도적 기술격차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외교부, 국방부, 방위사업청이 참여하는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고 주요 파트너 국가별 중장기 협력 로드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관학 협력체를 통한 안보·산업 환경 분석을 지속 보완하고 민·관·산·학·연의 상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나토 표준화 협정 인증과 총수명주기관리 참여를 전략 과제로 높이고, 현지화도 단순 조립·부품 생산을 넘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등 IP(지식재산권) 공유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지화가 국내 방산의 보조생산 기지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전략차원에서 관리할 필요도 있다"고 당부했다.
또 기술 우위는 단기간 해소하기 어려운 동맹과 진영 중심의 구조적 제약에 대한 핵심 대응법인 만큼 인공지능(AI), 유무인 체계 등 주목받는 전투체계 R&D 예산을 확대하고 국가기관과 민간기업, 대학이 참여하는 클러스터 구축 필요성도 제시했다.
아울러 수출 실적과 신규 계약 규모 중심의 정량적 방산 성과 평가 체계를 △파트너 다변화 △총수명주기 지원 역량 △초격차 기술 확보 수준 △IP 및 설계권 보유 △외교적 선택지와 전략적 자율성 등 정성적 평가 지표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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