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상, 韓 블랙이글스에 집중 관심…日 노후 훈련기 교체 후보?

도입 37년 日 T-4 훈련기…추락·충돌사고로 교체 필요성 대두
美와 공동 개발은 백지화…韓의 'T-50B' 도입 여부에 주목

27일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강원 원주 공군 블랙이글스 부대를 방문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블랙이글스가 운용하는 'T-50B' 훈련기에 직접 탑승한 모습. 2026.6.27./ⓒ 뉴스1(국방부 제공)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위해 방한해 우리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부대를 방문해 T-50B 훈련기에 직접 탑승하는 등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방산업계에선 일본이 항공자위대의 노후 중등훈련기 교체 기종으로 한국산 훈련기를 후보군에 올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28일 제기되고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 27일 방한해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강원 원주에 있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 제53특수비행전대 블랙이글스를 방문했다.

그는 블랙이글스 부대 운영 현황을 들은 후 직접 T-50B에 올라타 설명을 듣기도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블랙이글스 모형 기념품을 전달하며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1980년대 전력화한 중등훈련기 T-4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항공자위대는 1988년부터 2003년까지 가와사키중공업이 제작한 T-4 훈련기 200여 대를 실전 배치한 이후 현재까지 16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훈련기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특수비행팀 '블루임펄스'가 사용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하는 중등훈련기 T-4./(일본 항공자위대 홈페이지 캡처)

40년 가까이 사용한 T-4 훈련기는 노후화로 인해 최근 사건사고가 잦아 교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본 아이치현 이누야마의 한 호수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에는 T-4 훈련기의 쌍발 엔진 중 한쪽이 정지해 긴급 착륙하는 사건이, 2014년에는 블루임펄스 소속 T-4 훈련기가 훈련 중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일본은 지난 2024년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T-4를 대체하기 위한 훈련기 공동 개발·생산에 합의했으나 이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5월 미일 차세대 훈련기 공동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인 취득 계획이 없다"면서 "효율적인 최첨단 전투기 조종사 양성과 경쟁력 있는 방위산업 구축의 관점에서 기체 갱신을 깊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2035년까지 6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는 글로벌공중전투프로그램(GCAP) 사업 예산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 차세대 훈련기를 공동 개발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입장 선회는 외국과의 훈련기 공동 개발보다 '완제품 구매'를 통해 훈련기 공백을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일본의 T-4 훈련기 대체 후보군으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T-X △미국 보잉의 T-7A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M-346 등을 거론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7일 공군 블랙이글스 부대를 방문해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대신에게 블랙이글스 모형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27 ⓒ 뉴스1 이호윤 기자

일본이 방위 장비 수출을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 제거) 등 5가지 비전투 목적에 한정해 왔던 규제 체계인 '무기 수출 5유형 원칙'을 폐기하고 무기체계 수출을 허용하는 등 방산 수출의 빗장을 열면서 자국 방산업체를 보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미쓰비시중공업의 T-X가 차기 훈련기의 유력한 후보로 볼 수 있다.

다만 자국 내 생산 시 경제적 효율성, 납기 및 전력화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일본 정부의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일본의 주력 전투기인 F-35 계열의 조종사 양성 과정에서 호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관건은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 때문에 고이즈미 방위상이 방한 직후 블랙이글스를 방문하고, 한국과 특수비행팀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일본 내 부정적 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여건 조성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방부는 28일 양국 장관 회담을 마친 후 공동 배포 자료에서 "양 장관은 공군 블랙이글스의 일본 기착 등을 계기로 양국 특수비행팀 간 교류 협력과 해난 사고 상황에 대비한 수색구조훈련을 발전시키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한일 간 협력 논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양국은 조만간 블랙이글스의 해외 이동 시 일본에서 급유하는 것을 정례화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oldenseagull@news1.kr